국가 지도자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를 분명하게 밝히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가 안보가 북핵 문제와 직결된 현 상황에서 대북정책의 큰 원칙을 천명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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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형 편집제작 이사 이경형 편집제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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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이달 초 유럽 순방외교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인식에 관해 소상하게 피력했다. 특히 북한 핵문제는 그들의 체제 안전 보장과 맞물려 있고,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핵의 평화적 해법을 싸고 미국 등과 ‘얼굴을 붉히는’ 갈등까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핵이 자위 수단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지난달 LA발언에 이어 북한문제를 보는 노 대통령의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끝내 핵개발을 한다면, 누구도 (그 후)일을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메시지를 보내는 대상의 균형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수사학적 추상론에 그쳤다.‘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국가안전보장회의)은 ▲평화번영정책 추진 ▲균형적 실용외교 추구 ▲협력적 자주국방 ▲포괄안보 지향을 국가안보전략의 기조로 내세우고,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북핵 불용,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우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간헐적으로 대북 정책에 관해 언급해왔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그림은 안 보였다. 그러다가 최근 일련의 순방 외교를 통해 매우 구체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의 대북 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포용정책 연장선상에 있지만, 크게 다른 것은 북핵 문제를 북한 입장에서도 보고, 그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 체제유지 문제나 북한 붕괴 가능성 등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한국 대통령이 ‘예스’‘노’식으로 표명하는 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대북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좁힌다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다자 구도에서 북핵 논의가 이뤄지는 마당에 자칫 혼선을 빚게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는 별개로 주목할 내용이다.
북핵 문제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는 노 대통령의 발상 전환은 매우 과감하다. 북핵문제의 종국적인 해결은 북한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통해 달성된다는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동시에 ‘동맹 절대 우위’에서 ‘한반도 평화 우선’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미국이 9·11 테러사건 이후 구사하고 있는 패권주의식 테러 척결 방식을 북핵 문제 해결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품고 있다. 나아가 북한 체제를 인정해줌으로써 그들 내부 개방파의 입지를 북돋워 주고,6자 회담에 참여를 유도하는 원려도 깔려 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의 ‘과감한 발언’을 차제에 대북 정책의 ‘노(盧)독트린’으로 정립하여 향후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 협상과 정책 입안에 일관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6자 회담 등 다자협상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부시 미 행정부 일각의 대북 강경론 대두를 견제하는 단발성 발언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하나의 큰 정책 대강으로 끌어올려 우리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노 독트린’을 천명해야 한다.‘평화와 번영’이라는 국가의 목표는 같더라도 이를 수행하는 전략은 정권마다, 지도자마다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는 법이다.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노 독트린’을 공론화한 후에는 특사 파견이든 뭐든 이를 실천하는 각론의 로드 맵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2004-12-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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