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형 시험이 처음 실시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선택과목별로 ‘나홀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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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배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간절한 염원을 묵주에 담아 쥐고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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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배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서울 배화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간절한 염원을 묵주에 담아 쥐고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수험생 1명에 감독관 2명
17일 34개 시험실이 마련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중대부고의 경우 교실 2곳에서는 수험생 1명씩,1곳에서는 2명이 시험을 치렀다. 처음 시도된 직업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시험에서 시험실 이동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과목별로 수험생이 따로 시험을 치르게 한 것. 상근예비역 근무자로 수능에 재도전한 방경석(21)씨는 “컴퓨터 일반과목을 선택했는데 시험실에 와서야 혼자 시험을 보게 된 것을 알았다.”면서 “감독관은 2명이나 되는데 혼자 시험을 치르려니 어색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에서도 제2외국어로 유일하게 한문을 선택한 정모(23·여)씨가 혼자 시험을 치렀다.
●30대 뇌성마비 여성과 구족화가의 포부
어려운 신체조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의 의지도 돋보였다. 뇌성마비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른 종로구 경운동 서울경운학교에서는 생후 3개월 만에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고 10년째 왼쪽발로 동양화를 그리고 있는 김경아(37·여)씨가 시험을 치렀다.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는 김씨는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한 지 3개월밖에 안 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웃었다. 뇌성마비 1급의 장애를 딛고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이현정(30·여)씨도 “대학에서 서양화를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업계 수험생의 고전
강남구 도곡동 중대부고에서 시험을 치른 일부 실업계 수험생은 고전을 면치 못해 획일적인 대입제도의 단면을 드러냈다.S공고 이모(17)군은 “실업계 학생에게는 외국어나 수리 영역이 너무 까다롭다.”면서 “내가 속한 교실에서 32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절반 정도가 한두번 시험지를 훑어보고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엎드려 잤다.”고 말했다.
K공고 신모(17)군은 “외국어영역 50문제 가운데 확신을 갖고 푼 것은 20문제 정도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K공고 현모(17)군은 “EBS에서 출제된다고 해도 기본 공부가 어려워 수리 문제를 풀기 힘들었다.”면서 “시험 시작 5분도 되지 않아 20여명이 잠을 자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수험생도 많았다.S전자고 고모(18)군은 “EBS로 공부하며 문제집을 모두 풀었는데 EBS보다 쉬웠고 내용도 많이 반영됐다.”면서 “점수가 올라갈 것 같다.”고 신중하게 내다봤다.
●차량추돌로 병원행 ‘불운’
시험장으로 가다 차량추돌사고로 중상을 입어 시험을 치르지 못한 수험생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국도에서 사천고 3년 천모(19)군이 운전하는 마티즈 승용차가 길 옆에 서있던 레간자 승용차 등 차량 3대를 차례로 들이받는 바람에 함께 타고 있던 같은 학교 수험생 최모(18)군이 크게 다쳐 고사장이 아닌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허모(18)군은 상처가 가벼워 택시를 타고 고사장으로 가 시험을 치렀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천군은 친구인 최군과 허군을 시험장까지 태워주다 사고를 냈다.
●신풍속 ‘막간휴식’
언어,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 등 대학 지원때 해당 영역이 필요없는 수험생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기실에서 휴식하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었다.
자연계 여학생 1153명이 시험을 치른 서울 개포고에서는 1교시 언어영역시간에 7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기실이나 양호실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1교시가 끝난 오전 10시10분 종이 울리자 2교시 수리영역을 치르기 위해 배정된 교실로 들어갔다.
인문계 남학생 1034명이 시험을 치른 서울 경기고에서는 오전 10시40분부터 시작된 2교시 수리영역시간에 23개반 715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고 감독관 입회하에 각 반에서 대기했다.
유지혜 홍희경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2004-11-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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