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13일개봉 SF영화 ‘리딕’

[시네마 천국]13일개봉 SF영화 ‘리딕’

입력 2004-08-12 00:00
수정 2004-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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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의 배경인 가까운 미래는 왜 대부분 암울한 풍경으로 그려지는 걸까.영화 ‘리딕’(The Chronicles of Riddick·13일 개봉)도 음침하긴 마찬가지다.아마도 인간이 거쳐온 역사를 투영하는 시선에 포함된 강한 비판의식이 어두운 미래의 모습으로 표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역사상 최고의 범죄자인 리딕(빈 디젤)은 현상금 사냥꾼의 표적이 돼 쫓기는 몸.하지만 몇 명의 사냥꾼만으로 그를 잡으려는 건 영화 속 대사처럼 리딕에 대한 모독이다.

‘빈 디젤표 액션’답게 영화는 초반부터 리딕의 놀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그는 이어 현상금을 건 자를 찾아 헬리온 행성으로 가고 그곳에서 네크로몬거의 습격을 받는다.

우주의 모든 종을 개종시켜 하나의 종족인 네크로몬거로 만들려는 이들의 모습은 파시즘을 비롯,인류 역사에서 무수히 되풀이되어온 독재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다.인간을 기계로 세뇌시켜 획일화시키는 모습은 섬뜩하고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지만,영화적 설정으로는 진부하다.

리딕은 네크로몬거에 유일하게 맞설 퓨리언족의 마지막 생존자.네크로몬거로부터 도망친 리딕은 5년전 헤어진 잭(알렉사 다발로스)을 찾아 일부러 사냥꾼들에게 납치돼 크리메토리아 행성에 위치한 지하감옥 슬램으로 간다.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으로 여전사로 변신한 잭과 재회한 리딕은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빛이 가득한 헬리온 행성,낮에는 700도가 넘고 밤에는 영하 300도까지 떨어지는 죽음의 별 크리메토리아 등 영화 속 공간은 경이롭다.하지만 ‘스타워즈’류의 SF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그림의 티가 너무 나는 정교하지 못한 화면에 실망할 듯.

저예산영화인 ‘에일리언2020’(원제 Pitch Black)의 후속작이라지만 설명이 너무 없어 내러티브가 엉성한 느낌을 주는 것도 흠이다.전편을 소수만 감상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할리우드에서 1억 4000만달러를 들여 만든 이번 작품은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지녀야 하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단선적인데 인물은 복잡한데다 관계도 모호하고,리딕의 탈출과정도 석연찮게 묘사돼 재미를 반감시킨다.게다가 선악을 뛰어넘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서서히 조여가는 공포감을 감각적인 화면으로 그려낸 전편의 독창성도 많이 고갈된 느낌이다.

하지만 정의라는 이름으로 악을 제압한 뒤 또다시 그 위에 군림할 수밖에 없는 순환적 구조는 현대사회와 역사에 대해 허를 찌르는 은유로 읽힌다.연출은 데이비드 토이 감독.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08-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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