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79)-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79)-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장택동 기자 기자
입력 2004-04-26 00:00
수정 2004-04-26 07:5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조광조는 묵묵히 최수성의 말을 듣고 있었다.20여년 전 함께 한훤당으로부터 들었던 옛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한훤당의 가르침은 일관된 것이었다.즉 공자가 문학에 재능 있는 자하(子夏)에게 말하였던 것처럼 ‘너는 군자로서의 유자가 되어야지,소인으로서의 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는 가르침은 즉,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향상시켜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으로 이는 스승 한훤당의 핵심철학이었던 것이다.

최수성은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도 스승의 말을 잊지 못하네.내가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힌 것은 스승의 가르침대로 내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네.그러나 정암 자네는 국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벼슬길에 올랐네.나는 어느 쪽이 옳은가는 말할 수 없네.일찍이 채근담은 ‘권세에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고 말하였지만,또 이렇게도 말하였네.‘권세에 가까이 할지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깨끗하다.’ 그뿐인가. 이렇게도 말하였네.‘권모와 술수를 모르는 사람을 높다 하나 알아도 이를 쓰지 않는 사람을 더 높다 할 것이다.’”

최수성은 말을 끊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술잔을 들고 말하였다.

“어찌하여 내겐 술을 따르지 않는 건가.이보게,노천.술 한잔 가득 따르시오.”

김식이 최수성의 술잔에 술을 한가득 따라주었다.넘치도록 따른 술을 최수성은 단숨에 들이켜고 말하였다.

“그런데 정암,자네는 이미 권세에 물들었네.자네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권모술수에 도통하여 있네.그러므로 진실로 볼기를 때릴 사람은 마보꾼이 아니라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그대들일세.숙청되어야 할 사람들은 정국공신들이 아니라 그대들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권세욕일세.한 잔 더 주시게나.”

최수성은 다시 빈 술잔을 김식에게 내어주었다.김식이 마지못해 다시 따라주자 이를 단숨에 비우고 말을 이었다.

“헤어지기 전에 술을 마시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군.이보게,정암.자네가 마지막으로 술잔을 채워주게.”

최수성은 빈 술잔을 조광조에게 내밀었다.조광조가 술을 따라주자 최수성은 물끄러미 조광조의 얼굴을 바라보며 불쑥 수수께끼의 말을 던졌다.

“나는 가라앉고 있는 배를 탔어.이제 곧 얼마 안 있어 물에 가라앉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는데,술 석잔을 거푸 마시니 이제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구나.”

순식간에 석잔을 비운 최수성은 그 길로 방을 나가버렸다.김식을 비롯한 세 사람이 어이없는 얼굴로 조광조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가라앉은 배에 탔다니요.”

기록에 의하면 이 질문에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그가 가라앉는 배라고 말한 것은 바로 우리들을 비유해서 가리킨 말이 아니겠소이까.”

결과적이지만 최수성의 비유는 그대로 적중된다.정국공신을 개정하여 승리감에 도취되어 자축연을 벌였던 네 사람은 그로부터 정확히 6일후에 붕당죄의 반역죄인으로 숙청되는데,그렇다면 이들을 가라앉는 배에 비유했던 최수성의 참위는 그대로 들어맞게 되는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최수성의 충고는 정치가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될 진리인 것이다.권력투쟁에서 승리를 쟁취한 순간부터 권력의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며,미라잡이가 미라가 되듯 수구세력들을 몰아낸 개혁세력은 오래지 않아 스스로 수구세력으로 전락함으로써 가라앉게 된다.최수성의 지적처럼 정치에 있어 최고의 선은 곧 자기 자신의 개혁이며,그 어떤 권력에도 물들지 않을 수 있는 도덕의 완성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가라앉는 배.

이 지상에서의 권력은 그 어떤 권력이라고 할지라도 진수(進水)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물이 새어 가라앉는 난파선에 불과한 것이다.
2004-04-26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