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구치소黨

[씨줄날줄] 서울구치소黨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4-01-31 00:00
수정 2004-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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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후 과거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인,군 장성 출신들이 각종 비리와 관련해 무더기로 구속되면서 ‘범털’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유행했다.당시 법무부 교정국장이었던 박순용 전 검찰총장의 증언.일반 잡범들에 비해 3∼4배 이상 계호에 신경을 써야 했던 범털들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되면서 교정국장의 방에는 서울·성동·영등포구치소장과 안양교도소장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고 한다.한결같이 지금도 수용인원을 크게 넘어섰으니 이번에 사법처리되는 범털은 다른 쪽으로 배려해 달라는 민원성 방문이었다.

하지만 장세동 전 안기부장만은 예외였다고 한다.대표적인 ‘모범수’로 소문난 장씨가 사법처리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들은 서로 자신들에게 넘겨달라며 청탁했다는 것이다.어차피 범털을 떠맡을 바에야 장씨처럼 전혀 부담이 없는 인물을 ‘영입’해 할당량을 채우자는 속셈이었다는 게 박 전 총장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요즘 구속 수감되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범털들은 대부분 서울구치소행이다.어제 현재까지 구속된 16대 국회의원 14명 중 13명이 이곳에 있다.국회의원 중에는 여야 대표 출신,사무총장 출신 등 중량급이 즐비하다.또 다른 여당 대표 출신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머잖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국회의원들만으로 별도의 교섭단체(20명) 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다.여기에 전 정권의 실세들,현 대통령 측근들도 숙식을 같이하고 있으니 바깥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청문회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우스갯소리는 어디까지나 구경꾼의 관전평일 뿐이다.서울구치소의 간수는 ‘지옥 다음으로 처참한 곳’으로 수감 생활을 표현하면서 살아 있는 동안 절대 와선 안 될 곳이라고 했다.게다가 정치권에서는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떨어지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한다.금 배지가 날아가는 순간 천국에서 지옥으로 추락한다는 뜻이다.수감된 국회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순간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는 이유다.

10년 전 서울구치소에서 면회했던 한 정치인은 범털 가운데 자신만이 의무실 신세를 지지 않았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이번에 수감된 범털 중 몇명이 힘든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2004-01-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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