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경제특구인가

기고/ 누구를 위한 경제특구인가

박윤형 기자 기자
입력 2004-01-13 00:00
수정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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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경제특구 제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그뒤 10월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개설되었고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도 구성되었다.영종도에 2020년까지 202조원을 들여 국제비즈니스센터,금융 및 주택단지,골프장 등을 건립하고,외국법인이 선발권을 갖는 초·중·고교 및 대학을 설립하는가 하면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 등 해외 유수병원을 유치해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다.경제자유구역 기획단장은 “외국 병원을 특구에 유치하려면 내국인 진료와 과실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도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이러한 혜택이 교육과 의료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란 가정하에 생각해 보자.경제특구에 면세점이나 면세 대형 할인점,이자소득세 등이 면제되는 은행이 생겨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인천 일대의 수입상품점·은행·대형 슈퍼마켓은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다.의료기관도 마찬가지다.지금 국내 의료기관은 낮은 진료비,각종 규제 등으로 멍들고 있다.본인이 전액 부담해 진료를 받고 싶어도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진료만 받아야 하며,인공관절 등에 신소재로 만든 재료를 본인부담으로 쓰고 싶어도 못 쓴다.규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보험료로 가장 많은 종류의 보험급여를 해주고 있으나 본인부담은 가장 높은 것이 우리 실정이다.이러한 현실에서 특구에 외국인 병원이 들어오면 경제력이 있는 상류층 사람들은 외국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 게 자명한 이치다.

국내 기업이 각종 규제에 고개를 흔들며 중국 등으로 떠나듯이 병원의 외국 진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국내 자본은 외국으로 보내고 외자 유치로 그 간극을 메우겠다는 것인지,아니면 경제정책 실패를 특구 제도를 통한 외자 유치로 만회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특구 내의 외국인 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려면 우선 그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외국 자본의 진료 수입을 충분히 보장해주기 위해 국내 의료기관은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인지,특구 내에서는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높은 의료 질과 서비스로 내국인과 중국 등 동북아 지역의 환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인지,아니면 외국인 기업가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병원이 필요한지를 밝혀야 한다.

또 의료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는 먼저 국내 의료산업의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먼저 건강보험을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국민건강에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보장성을 철저히 높이고 그외의 분야는 선택권을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둘째 일본의 특구 제도처럼 국내 의료자본도 외국 자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특구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셋째 외국인 면허로 내국인을 진료하는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과 연계해 검토해야 한다.경제특구 병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의사들이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면 이는 외국 면허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면허 인정 문제는 WTO 협상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어느 나라도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경제특구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외국인은 법에 어긋나거나 사리에 맞지 않으면 곧바로 소송 등을 통해 제 이익을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경제특구 제도는 분야별로 공론화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가장 지혜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특히 의료분야는 경제관료가 아닌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박윤형 순천향대 의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2004-01-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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