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부산항 겉으론 ‘부산’ 속으론 ‘울상’/김성곤기자 현지 르포

세밑 부산항 겉으론 ‘부산’ 속으론 ‘울상’/김성곤기자 현지 르포

김성곤 기자 기자
입력 2003-12-31 00:00
수정 2003-12-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올해 빚은 차질을 메우려면 24시간도 모자라요.”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부산항은 수출화물 선적에 여념이 없었다.화물연대 파업과 태풍 매미 여파로 국제관문항의 입지가 흔들렸지만 그런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했다.

컨테이너를 나르기 위해 쉼없이 움직이는 타워크레인과 끊임없이 오가는 트레일러,외항에 정박한 채 컨테이너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세밑 부산항의 모습은 그랬다.

●수출 물량 20%증가 반면 태풍·파업에 선사 떠나

부산항에서는 해운사나 컨테이너터미널,트레일러 기사들은 대부분 2조 내지 3조 2교대로 24시간 수출화물을 실어내고 있었다.예년같으면 크리스마스 시즌의 수출화물 선적이 끝나 비교적 한가한 철이지만 올해는 수출물량이 늘었다.현대상선 부산 지사장 신남영 상무는 “올해 수출 물량은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마케팅팀 홍석암 팀장은 “부진한 내수를 수출로 커버한다는데 연말 화물이 늘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부산항은 외형상으로는 지난 태풍 매미로 인해 컨테이너가 무너진 곳이라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매미의 피해와 화물연대 파업의 암운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매미로 인해 컨테이너 6개가 쓰러진 신감만부두는 아직도 크레인을 4개밖에 복구하지 못했다.이에 따라 들어온 짐 가운데 처리량을 초과하는 것은 부두운영사가 운임을 물고 신선대나 자성대로 옮겨주고 있었다.크레인이 완전히 복구되는 내년까지는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얘기다.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송호용 차장은 “매미만 아니었으면 올해 100만TEU쯤 처리를 했을텐데 올해 80만TEU밖에 처리를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화물연대의 두차례 파업 여파도 일부에 남아 있다.공교롭게 화물연대 파업을 전후해 일부 선사들이 환적항을 바꿨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이를 파업 탓으로 분석한다.물론 화물연대는 이미 떠나려고 마음 먹었던 선사들인만큼 파업때문에 떠났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한다.

어떻든 짐(ZIM)라인과 차이나쉬핑,MSC 등 3개선사가 부산항을 떠났고,파업이 끝났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환적화물을 운송하던 중소선사들의 어려움도 크다.동남아해운 부산사무소장 이영윤 전무는 “용선료 인상에다 환적화물 감소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 처리량도 상하이항에 밀려

홍콩,싱가포르에 이은 세계 3대 컨테이너항이었던 부산항은 올들어 순위가 바뀌었다.상하이항은 지난 11월30일 컨테이너 처리량 1000만TEU를 넘어섰지만 부산항은 지난 24일에야 1000만TEU를 돌파했다.올해 처리량도 상하이항이 부산항을 능가할 전망이다.

중국시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산항이 뒤지고 있는 것이다.

항만전문가들은 “일본이나 중국의 화물을 유치할 수 있는 항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unggone@
2003-12-3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