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그래도 사람이야!

[길섶에서] 그래도 사람이야!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12-26 00:00
수정 2003-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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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한 식사 자리.IMF위기 때 편승해 벤처사업으로 큰돈을 번 한 친구가 느닷없이 애완견 예찬론을 늘어놓는다.조기 유학 보낸 아이들의 빈 자리를 개 2마리가 대신하면서 집안이 밝아졌을 뿐 아니라 집 사람과 티격태격하던 일도 크게 줄었다고 자랑한다.지금껏 자신의 조상에 대해서는 한번도 뻥긋하지 않았는데 애완견의 족보는 줄줄이 꿰고 있다.

그러자 소주잔 대신 냉수를 연신 들이켜던 한 친구가 말한다.“아냐,그래도 사람이야.사람을 키워야 해.”지난해 초 3개월짜리 남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친구가 완곡하지만 고집스럽게 내뱉는다.사람에게 정성을 쏟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도 없더라고 되뇐다.분위기가 막 서먹해지려는 순간 애완견 예찬론을 폈던 친구가 “내일 저녁 조카가 어떻게 자라는지 집 사람이랑 같이 보러 갈게.”라고 말꼬리를 돌리면서 웃음꽃이 다시 번진다.

애완견 인구 1000만명,애완견 500만마리,애완시장 1조 3000억원 시대라지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희로애락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3-12-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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