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핵폐기장 재검토 / 배경·전망

부안 핵폐기장 재검토 / 배경·전망

입력 2003-12-11 00:00
수정 200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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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에 대한 부지 선정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치단체의 독단적인 결정에만 의존한 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를 선정하려다 부안군 주민들에게 백기(白旗)를 든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실책을 범했다.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중요한 국책사업은 모두 주민투표로 결정토록 하는 ‘선례’를 남겨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부지 선정작업을 매듭짓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자체 독단적 결정이 ‘불씨'

정부는 지난 7월 15일 부안군이 유치신청을 한 이후 5개월 가까이 계속된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시달렸다.원전 시설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유치를 원해도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이런 여건속에서 정부가 사업추진을 강행할 경우 선거정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오락가락 한 행정의 실책도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산업자원부 장관은 현지에서 섣불리 보상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가 주민들이 ‘현금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해 사태를 악화시켰다.주민들이 “돈을 받고 묵인하라는 말이냐.”며 강력히 반발하자 보상문제와 관련한 발언을 취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또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은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사업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17년동안 미뤄진 숙원사업에 대한 해결을 자임,과욕을 부린 결과다.

정부는 주민투표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부안 이외의 지역에서도 재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지난 7월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부안에 밀린 전북 군산 등지에선 일부 주민들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부지 선정 재검토를 계기로 원전시설 후보지에 제공하게 될 주민숙원 사업 등 간접지원 사업의 규모를 적정하게 낮춰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부안을 포함해 몇개 후보지가 다시 경합을 한다면 “부안(20년간 2조원)에 과도하게 선심을 썼다.”는 일부의 비난도 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부안에서 발빼기 수순용▲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시간벌기용▲타지역과 경쟁구도를 통한 부안지역 반대여론 압박용 등 다양한 분석도 있다.

●유치절차 예비·본 신청 2단계로

정부는 유치 신청 절차를 예비신청과 본신청 등 2단계로 구분했다.연내 신규 유치신청을 공고하면 유치를 희망하는 자치단체는 지방의회 등과 협의해 정부에 우선 예비신청을 할 수 있다.예비신청후 3개월 이내에 주민투표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종합한 뒤 본 신청을 하게 된다.주민투표법은 국회에 계류중이나 내년초까지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자치단체의 본 신청을 토대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사업의 타당성을 재심사할 예정이어서 심사 시점은 빨라도 내년 7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타당성 조사 등을 이미 마친 부안은 적정한 수준의 기득권을 우선 인정받게 된다.또 정부가 약속한 정부지원금 3000억원 등과 같은 직접 지원사업은 어느 곳이 선정되든 상관없이 그대로 추진된다.다만 교량건설 등 간접지원 사업은 적절하게 조정키로 해 다른 지역이 선정될 경우 부안보다 낮춰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담보하기 위해 간접지원은 지방세법에 의한 조세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정부가 재검토 계획을 발표했으나 문제점도 있다.간접지원 규모를 줄이기로 함으로써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이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정부의 생각과 달리 신청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정부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것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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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운기자 kkwoon@
2003-12-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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