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절반 판공비 공개 못해

장·차관 절반 판공비 공개 못해

입력 2003-11-28 00:00
수정 200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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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차관 업무추진비 공개 방침은 ‘빈말’에 불과했나.

당사자인 장·차관 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공개가 가능한데도 규모와 쓰임새를 공개하지 않는 기관이 전체의 절반가량에 이르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자발적·의무적으로 공개토록 규정한 국무총리 훈령이 제정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일부 기관장들은 ‘나몰라라’식으로 버티고 있다.‘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정부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눈치보며 시기 조절하나

27일 행정자치부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에 따르면 49개 정부기관중 21곳(43%)이 소속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공개 기관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법무부 등을 비롯해 국세·관세·검찰·병무·경찰·해양경찰청 등 이른바 ‘힘 센 부처’들이다.정부정책의 ‘전도사’격인 국정홍보처도 포함됐다.

이중 일부는 주무부처인 행자부의 ‘연내 공개’ 독촉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중 공개”(검찰·국세·경찰청)라거나 “내년 1월중 공개”(법무부·국민고충처리위·검찰청·철도청)를 회신,연내 공개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예산집행의 투명성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장·차관들의 판공비(업무추진비)는 숨기고 싶은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부처별로 사용 금액이나 내역이 비교되는 것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공개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개 중인 일부 부처의 경우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독촉에 밀려 마지 못해 공개한 기색이 역력하다.농림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지난 18일 행자부의 이행여부 확인 공문을 받은 뒤 부랴부랴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법제처는 “26일 공개 예정”이라고 회신했으나 이날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씀씀이를 살펴 보니…

장관(급)별 업무추진비 지출 규모의 편차도 컸다.허성관 행자부장관(2266만원)과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2030만원)이 월평균 2000만원대를 넘긴 반면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507만원),지은희 여성부장관(530만원),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553만원)은 500만원대에 그쳤다.나머지 대부분은 1000만원대다.

규모와는 달리 쓰임새는 대부분 비슷했다.유관단체와의 식대나 정책협의회 간담회 등의 항목에서 가장 많은 지출이 이뤄졌다.

이창동 장관은 ‘8월 613만 5880원’ ‘9월 657만 1760원’ 등 10원 단위까지 지출내역을 기재,특유의 꼼꼼한 면모를 보였다.

이남주 위원장은 ‘한도내 선지출-후정산’ 방식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지출 건별로 사전에 금액·일시·장소·참석자 등이 포함된 ‘사전 품의서’를 작성한 뒤 지출하는 원칙을 실행하고 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팀장은 “정부의 장·차관 업무추진비 공개방침은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를 가능토록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국민참여’ 국정철학을 온전히 반영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장관들이 마인드를 바꿔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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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기자 unopark@
2003-11-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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