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부른 그루지야 사태는 주요 석유전략지인 카스피해를 장악하려는 열강들의 주도권 다툼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국제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루지야는 인구 440만명의 소국이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중동과 시베리아에 이어 세계 3대 석유·가스 매장으로 꼽히는 카스피해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약 200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원이라면 그루지야는 그 공급라인으로서 공급원만큼의 중요성을 갖는다.
그루지야의 지정학적 가치는 미국의 주도로 건설되고 있는 주변 지역의 송유관 시설 지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러시아 남부의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카프카스 지역에는 현재 1750㎞에 달하는 ‘BTC송유관’ 건설이 한창이다.2005년 완공 예정인 이 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에서 출발,그루지야의 트빌리시(T)를 경유해 터키의 제이한(C)항까지 연결된다.
BTC송유관은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데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도 카스피해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어 서방 국가들에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반면 러시아는 이 송유관이 카스피해 북부에서 러시아를 통과해 흑해 노보로시스크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대체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해왔다.즉,카스피해 원유 주도권을 좌우할 BTC송유관의 경유지인 그루지야는 미국에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러시아에는 이 지역 장악권을 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이같은 배경은 러시아와 미국이 그루지야 반정부시위 배후에서 각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장외 각축전을 벌였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파리의 지역전문가 아니타 티라스폴스키는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가 카프카스 지역에 다시 복귀하는 것을 막고,카스피해의 원유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판매되도록 하려는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며 그루지야 사태와 미국의 연관성을 지적했다.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몽드도 “이 지역의 에너지 통로는 미국의카프카스 정책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실제로 그루지야가 구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지난 1992년부터 약 10년간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며 친미정권 수립에 매달려왔다.미 행정부와 조지 소로스 재단의 자금이 주로 리버티 인스티튜트 등의 비정부단체를 통해 친미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제공됐다.취임 초기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도 이들의 지원을 받았으나 최근 러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미국의 압박을 받아 결국 실권하게 됐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강혜승기자 1fineday@
그루지야는 인구 440만명의 소국이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중동과 시베리아에 이어 세계 3대 석유·가스 매장으로 꼽히는 카스피해에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약 200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스피해 연안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원이라면 그루지야는 그 공급라인으로서 공급원만큼의 중요성을 갖는다.
그루지야의 지정학적 가치는 미국의 주도로 건설되고 있는 주변 지역의 송유관 시설 지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러시아 남부의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카프카스 지역에는 현재 1750㎞에 달하는 ‘BTC송유관’ 건설이 한창이다.2005년 완공 예정인 이 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에서 출발,그루지야의 트빌리시(T)를 경유해 터키의 제이한(C)항까지 연결된다.
BTC송유관은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데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도 카스피해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어 서방 국가들에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반면 러시아는 이 송유관이 카스피해 북부에서 러시아를 통과해 흑해 노보로시스크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대체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해왔다.즉,카스피해 원유 주도권을 좌우할 BTC송유관의 경유지인 그루지야는 미국에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러시아에는 이 지역 장악권을 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이같은 배경은 러시아와 미국이 그루지야 반정부시위 배후에서 각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장외 각축전을 벌였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파리의 지역전문가 아니타 티라스폴스키는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가 카프카스 지역에 다시 복귀하는 것을 막고,카스피해의 원유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판매되도록 하려는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며 그루지야 사태와 미국의 연관성을 지적했다.프랑스 유력일간지 르 몽드도 “이 지역의 에너지 통로는 미국의카프카스 정책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실제로 그루지야가 구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지난 1992년부터 약 10년간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며 친미정권 수립에 매달려왔다.미 행정부와 조지 소로스 재단의 자금이 주로 리버티 인스티튜트 등의 비정부단체를 통해 친미 성향의 정치인들에게 제공됐다.취임 초기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셰바르드나제 전 대통령도 이들의 지원을 받았으나 최근 러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미국의 압박을 받아 결국 실권하게 됐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강혜승기자 1fineday@
2003-11-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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