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샤먼 이야기

책 / 샤먼 이야기

입력 2003-11-19 00:00
수정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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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종 지음 정신세계사 펴냄

우리 민족의 시원지로 알려진 한반도 북방 시베리아의 숲과 초원.그리고 그곳에 깃들어 살던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상징하는 솟대,돌무더기,하늘제사터,신목(神木),신조(神鳥),오색천….이런 상징물의 중심에는 으레 현란한 옷차림의 인물이 있다.샤먼이다.

신라 금관 같은 쇠모자를 쓴 채 북을 들고 춤을 추거나 불을 지피며 병자들을 치료하고 혹은 주문을 외며 생로병사에 관해 기원하는 인물.그의 허리띠에는 숫돌과 곡옥(曲玉),쇠방울,약병,물고기,칼 등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 그 존재이유가 범상치 않음을 대번 짐작케 한다.우리 문화의 원류가 한반도 북방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바로 이같은 샤먼문화라면,샤머니즘에 대한 연구는 곧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육당 최남선이나 남창 손진태,간정 이능화 등 국학의 거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 북방의 샤머니즘에서 우리 고대 문화의 뿌리를 찾았다.

‘샤먼 이야기’(양민종 지음,정신세계사 펴냄)는 이런 국학담론의 맥을 잇는 노작이다.저자(부산대 노문과 교수)는 샤먼의 본향인 북방 시베리아 지역을 직접 찾아 우리의 잃어버린 신화,샤먼의 세계를 복원했다.

루마니아 출신 미국 종교학자 엘리아데를 비롯,서구의 많은 학자들은 샤머니즘을 범세계적인 종교문화현상으로 본다.그러나 저자는 샤머니즘은 알타이 산맥에서 바이칼호에 이르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고유한 문화양태임을 강조한다.샤머니즘이라는 용어는 서구를 통해 들어왔지만,샤머니즘은 한반도에서 수천년의 토착화 과정을 거쳐 민중의 신앙으로 자리잡았다.단군 한배검을 비롯한 여러 신화들은 샤먼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샤머니즘은 ‘야만의 종교’가 아니다.고대인의 철학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다.저자에 따르면 서구인들은 우월감과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그리스 신화만을 과대포장하고 동아시아인들의 신화와 샤머니즘의 의미는 깎아내리고 사장시켜온 측면이 없지 않다.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심장부인 바이칼호 인근에 사는 부리야트 샤먼의 경우 우주는 하늘과 지상,지하의 삼계(三界)로 이뤄져 있다.각각의 세계에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신들이 고유한 기능을 지닌 채 존재한다.

저자는 샤먼의 세계에서 인간이 사는 지상을 주재하는 주요 신이 여성이라는 점은 동양의 샤먼 신들이 고대 그리스 신과 같은 서구적 개념의 신들보다 남녀평등이 더 잘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견해도 밝힌다.

대화체 형식으로 씌어져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1만3000원.

김종면기자
2003-11-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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