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복병’으로 작용할까.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승리에 무게를 싣지만 이라크 사태를 경제문제보다 심각한 변수로 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하고 여론의 악화를 진화하기 위해 지난 한달 동안 백악관 참모를 총동원,전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나 여론을 호전시키지는 못했다.오히려 미군에 대한 공격이 조직적인 게릴라전으로 번지면서 미군측 사상자가 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날로 악화되는 이라크문제와 관련,이 문제를 책임져 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대테러 전쟁’에 진전이 있는 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등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나의 지도력 아래 더 평화롭고 자유로울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유엔과 국제구호기관은 바그다드에서 철수하는 등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
파병을 약속했던 나라들은 한국을 제외하곤 많은 나라들이 점차 말을 바꾸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켰다며 언론을 탓했으나 미군 철수를 외치는 반전 시위는 베트남전을 연상시킬 만큼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제2의 베트남’우려 현실로
부시 대통령은 3일 일부 세력이 미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려 하지만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지난달 29일을 분수령으로 미군의 사망자 수가 이라크전 도중 사망자 115명을 넘어선데 이어 2일에는 미사일 공격으로 16명이 한꺼번에 사망하자 이라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달리 육군 대령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5월 1일 항공모함 선상에서 조종사 복장 차림으로 종전을 선언했으나 이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을 뿐 전후 문제에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번지고 있다.CNN과 USA투데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이라크 전쟁이 정당했다.”는 응답은 4월의 71%에서 52%로 크게 줄었다.반면 “군사개입이 불필요했다.”는 응답은 25%에서 46%로 급증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의 추종세력과 해외에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이 벌이는 ‘마지막 저항’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을 강조한다.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뷰 그로스컵 국제관계학 교수는 ‘테러리즘의 새로운 폭발’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테러문제에 강력히 대처하면 위험스런 반발만 부른다.”며 “테러리즘의 복합적인 요인들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왜 테러가 일어났는 지,미국이 먼저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지니아대 부설 정치학센터의 래리 새바토 교수는 “미국인들이 정글없는 베트남을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으며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는 최근 연설에서 “이라크가 고전적 의미의 게릴라전으로 치닫고 있으나 미국은 속수무책”이라고 질타했다.
●맹공 난선 민주당 대선 주자들최근 경기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민주당에서는 ‘백악관 탈환’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그러나 이라크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후보전에 나서진 않았지만 톰 대슐 민주당 상원 대표는 “부시 대통령이 말한 이라크에서의 진전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진전을 봐야 할 지 알 수가 없다.”고 민주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후보는 “이라크 사태는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의 전략 부재에 기인한 것이며 전쟁에 관한 여론과 전후 비용문제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대책 부족을 질타했다.
베트남 참전 영웅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더 좋은 미국의 비전’이라는 책을 내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미국의 궁색한 변명을 연상시킨다고 강조,이라크 전쟁에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이라크 사태로 가장 각광받는 후보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지사다.일찌감치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며 ‘튀는 발언’을 해온 그는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앞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케리 후보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험난해진 부시의 대선가도
이라크 상황이 악화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진영조차 재선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2000년 당시 부시측 캠페인의 중서부 지역을 맡았고 2004년 대선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켄 멜만은 내년 선거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꼭 이라크 상황이나 경기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미국의 유권자가 이미 공화·민주 양당으로 철저히 분리돼 어떠한 이슈가 부각되더라도 유권자의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을 때만 해도 경기 문제만 해결되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낙관하던 분위기와는 아주 딴 판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 난감해 한다.선거를 1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대를 유지하면 나쁜 게 아니지만 이라크 사태가악화되면 이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는 대답이 4월의 71%에서 49%로 급락한 점도 이를 반영한다.공화당원들은 90%에서 88%로 큰 변화가 없으나 무소속 유권자들의 반응은 64%에서 48%로 떨어져 잘못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응답에 46%가 부시,43%가 민주당 후보로 신뢰구간 오차범위 내에 들어서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급상승했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스스로 족쇄를 찬 형국이 됐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라크 국민에게 치안을 맡기고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전시내각의 수반인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mip@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날로 악화되는 이라크문제와 관련,이 문제를 책임져 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대테러 전쟁’에 진전이 있는 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등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나의 지도력 아래 더 평화롭고 자유로울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유엔과 국제구호기관은 바그다드에서 철수하는 등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
파병을 약속했던 나라들은 한국을 제외하곤 많은 나라들이 점차 말을 바꾸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켰다며 언론을 탓했으나 미군 철수를 외치는 반전 시위는 베트남전을 연상시킬 만큼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제2의 베트남’우려 현실로
부시 대통령은 3일 일부 세력이 미군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려 하지만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지난달 29일을 분수령으로 미군의 사망자 수가 이라크전 도중 사망자 115명을 넘어선데 이어 2일에는 미사일 공격으로 16명이 한꺼번에 사망하자 이라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그다드 주둔 미군 대변인 윌리엄 달리 육군 대령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5월 1일 항공모함 선상에서 조종사 복장 차림으로 종전을 선언했으나 이는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을 뿐 전후 문제에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번지고 있다.CNN과 USA투데이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이라크 전쟁이 정당했다.”는 응답은 4월의 71%에서 52%로 크게 줄었다.반면 “군사개입이 불필요했다.”는 응답은 25%에서 46%로 급증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의 추종세력과 해외에서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이 벌이는 ‘마지막 저항’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더욱 단호히 대처할 것을 강조한다.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뷰 그로스컵 국제관계학 교수는 ‘테러리즘의 새로운 폭발’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테러문제에 강력히 대처하면 위험스런 반발만 부른다.”며 “테러리즘의 복합적인 요인들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왜 테러가 일어났는 지,미국이 먼저 원인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버지니아대 부설 정치학센터의 래리 새바토 교수는 “미국인들이 정글없는 베트남을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으며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샌디 버거는 최근 연설에서 “이라크가 고전적 의미의 게릴라전으로 치닫고 있으나 미국은 속수무책”이라고 질타했다.
●맹공 난선 민주당 대선 주자들최근 경기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자 민주당에서는 ‘백악관 탈환’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그러나 이라크 사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후보전에 나서진 않았지만 톰 대슐 민주당 상원 대표는 “부시 대통령이 말한 이라크에서의 진전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진전을 봐야 할 지 알 수가 없다.”고 민주당 후보들을 측면 지원했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후보는 “이라크 사태는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의 전략 부재에 기인한 것이며 전쟁에 관한 여론과 전후 비용문제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대책 부족을 질타했다.
베트남 참전 영웅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더 좋은 미국의 비전’이라는 책을 내면서 베트남 전쟁 당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미국의 궁색한 변명을 연상시킨다고 강조,이라크 전쟁에 명분이 없음을 주장했다.
이라크 사태로 가장 각광받는 후보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지사다.일찌감치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며 ‘튀는 발언’을 해온 그는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앞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케리 후보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험난해진 부시의 대선가도
이라크 상황이 악화하면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진영조차 재선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2000년 당시 부시측 캠페인의 중서부 지역을 맡았고 2004년 대선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켄 멜만은 내년 선거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꼭 이라크 상황이나 경기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미국의 유권자가 이미 공화·민주 양당으로 철저히 분리돼 어떠한 이슈가 부각되더라도 유권자의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을 때만 해도 경기 문제만 해결되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낙관하던 분위기와는 아주 딴 판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 난감해 한다.선거를 1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대를 유지하면 나쁜 게 아니지만 이라크 사태가악화되면 이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는 대답이 4월의 71%에서 49%로 급락한 점도 이를 반영한다.공화당원들은 90%에서 88%로 큰 변화가 없으나 무소속 유권자들의 반응은 64%에서 48%로 떨어져 잘못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응답에 46%가 부시,43%가 민주당 후보로 신뢰구간 오차범위 내에 들어서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급상승했던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스스로 족쇄를 찬 형국이 됐다.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라크 국민에게 치안을 맡기고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전시내각의 수반인 부시 대통령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mip@
2003-1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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