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돌담들이 낮게 머리를 맞대고 삐뚤빼뚤 줄지어선 바닷가 마을,북제주군 우도면 조일리 비양동.쥐죽은 듯 고요한 동네가 방죽 앞에 모인 사람들로 갑자기 시끌시끌하다.
“핸드폰 다 꺼주세요.조용!”
“하나,둘,셋.큐!”
지난달 30일 오후.‘해녀’가 된 전도연이 늦가을 차가운 해풍(海風)에 입술이 새파래진 채 바닷물 속으로 쓰윽 자맥질한다.물질 장면을 찍기 시작한 지 40분째.취재진의 핸드폰 벨,카메라 셔터 소리에 몇번이나 NG가 나고 말았다.그래도 짜증스러운 기색은 하나 없다.덜덜덜 턱을 떨다가도 ‘큐’사인만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 해녀처럼 날렵하게 잠수한다.
흥행 중인 사극멜로 ‘스캔들’에서 조선시대 정절녀로 변신했던 전도연이 이번엔 억척스러운 섬마을 해녀가 됐다.새 영화는 ‘인어공주’(제작 유니코리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함께 찍었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고,신인배우 박해일이 함께 주연한다.
영화에서 그는 1인2역을 한다.스무살의 딸이 우연히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 엄마의 스무살 시절을 엿보게 되는 내용.스무살 해녀 엄마 연순과 섬마을 우체부인 아버지(박해일)가 소박하고도 수줍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딸이 새삼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는,따뜻하고도 유쾌한 팬터지 드라마다.
어렵사리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순간,스태프들이 정신없이 바빠진다.촬영차량 뒤편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통을 날라온다.부들부들 떠는 여배우를 통 안으로 달랑 담구더니 그 위에 담요까지 푹 덮어씌운다.몇몇은 꽁꽁 얼어버린 그의 팔이며 어깨를 주무르기도 한다.‘해녀 엄마’의 물질 장면은 그렇게 해서야 마무리됐다.
지난달 6일 크랭크인한 ‘인어공주’는 요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영화’다.전체 장면들 중 그가 빠지는 신은 딱 4개뿐.“태풍 매미로 촬영이 미뤄지는 바람에 차가워진 바다에서 수중장면을 찍는 게 가장 힘들다.”는 그는 스킨스쿠버와 남도 사투리도 따로 배웠다고 귀띔한다.
박 감독과는 얼마나 호흡이 잘 맞기에 그 많은 시나리오들을 다 물리치고 또 손을 잡았을까.솔직한 대답이다.“사실,잘 안 맞아요.‘나도 아내가…’때는 카메라 테스트에서 운 적도 있었다니까요.감독님은 말을 아주 아끼는 편이에요.그래서 이번 작품 찍을 때는 뭐든 함께 조율하기로 약속했는데,(감독을 힐끗 보고 웃으며)지금까진 서로 잘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잘 고르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오로지 시나리오만 따진다.”면서 “이번 영화는 1인2역의 설정이 버거워 겁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놓는다.극중 연순의 나이가 스무살.실제 나이와 열살이나 벌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호락호락하진 않다.“체력이 많이 달려 요즘 굉장히 처절하게 나이를 실감한다.”면서도 이내 “연기자 나이는 고무줄 나이니까 어쩌다 주름살이 보이더라도 애교로 봐달라.”며 애교 넘치게 웃는다.
자장면집도,PC방도,노래방도 하나뿐인 섬마을에 갇혀 지낸 지 한달이 다 됐다.가로등도 하나 없으니 해만 지면 질리도록 한가로운 휴식에 들어간다.(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멀리 오징어잡이배의 불빛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펜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락 아니면 독서뿐이란다.내년 3월말 개봉 예정.
제주 우도 황수정기자 sjh@
“핸드폰 다 꺼주세요.조용!”
“하나,둘,셋.큐!”
지난달 30일 오후.‘해녀’가 된 전도연이 늦가을 차가운 해풍(海風)에 입술이 새파래진 채 바닷물 속으로 쓰윽 자맥질한다.물질 장면을 찍기 시작한 지 40분째.취재진의 핸드폰 벨,카메라 셔터 소리에 몇번이나 NG가 나고 말았다.그래도 짜증스러운 기색은 하나 없다.덜덜덜 턱을 떨다가도 ‘큐’사인만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짜 해녀처럼 날렵하게 잠수한다.
흥행 중인 사극멜로 ‘스캔들’에서 조선시대 정절녀로 변신했던 전도연이 이번엔 억척스러운 섬마을 해녀가 됐다.새 영화는 ‘인어공주’(제작 유니코리아).‘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함께 찍었던 박흥식 감독이 연출하고,신인배우 박해일이 함께 주연한다.
영화에서 그는 1인2역을 한다.스무살의 딸이 우연히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 엄마의 스무살 시절을 엿보게 되는 내용.스무살 해녀 엄마 연순과 섬마을 우체부인 아버지(박해일)가 소박하고도 수줍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딸이 새삼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는,따뜻하고도 유쾌한 팬터지 드라마다.
어렵사리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순간,스태프들이 정신없이 바빠진다.촬영차량 뒤편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통을 날라온다.부들부들 떠는 여배우를 통 안으로 달랑 담구더니 그 위에 담요까지 푹 덮어씌운다.몇몇은 꽁꽁 얼어버린 그의 팔이며 어깨를 주무르기도 한다.‘해녀 엄마’의 물질 장면은 그렇게 해서야 마무리됐다.
지난달 6일 크랭크인한 ‘인어공주’는 요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영화’다.전체 장면들 중 그가 빠지는 신은 딱 4개뿐.“태풍 매미로 촬영이 미뤄지는 바람에 차가워진 바다에서 수중장면을 찍는 게 가장 힘들다.”는 그는 스킨스쿠버와 남도 사투리도 따로 배웠다고 귀띔한다.
박 감독과는 얼마나 호흡이 잘 맞기에 그 많은 시나리오들을 다 물리치고 또 손을 잡았을까.솔직한 대답이다.“사실,잘 안 맞아요.‘나도 아내가…’때는 카메라 테스트에서 운 적도 있었다니까요.감독님은 말을 아주 아끼는 편이에요.그래서 이번 작품 찍을 때는 뭐든 함께 조율하기로 약속했는데,(감독을 힐끗 보고 웃으며)지금까진 서로 잘 맞춰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을 잘 고르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오로지 시나리오만 따진다.”면서 “이번 영화는 1인2역의 설정이 버거워 겁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놓는다.극중 연순의 나이가 스무살.실제 나이와 열살이나 벌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호락호락하진 않다.“체력이 많이 달려 요즘 굉장히 처절하게 나이를 실감한다.”면서도 이내 “연기자 나이는 고무줄 나이니까 어쩌다 주름살이 보이더라도 애교로 봐달라.”며 애교 넘치게 웃는다.
자장면집도,PC방도,노래방도 하나뿐인 섬마을에 갇혀 지낸 지 한달이 다 됐다.가로등도 하나 없으니 해만 지면 질리도록 한가로운 휴식에 들어간다.(매니저의 ‘증언’에 따르면)멀리 오징어잡이배의 불빛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펜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락 아니면 독서뿐이란다.내년 3월말 개봉 예정.
제주 우도 황수정기자 sjh@
2003-11-0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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