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새벽에

[길섶에서] 새벽에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3-10-31 00:00
수정 200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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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잠이 깰 때가 있다.그저께 새벽에는 번갯불이 창을 밝히고 천둥소리가 창문을 흔들어 문득 잠을 깼다.잠이 깬 새벽은 같은 새벽이라도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벌써 춥다.그래도 한번 나서 봤다.새벽길 길섶은 어느덧 섬뜩한 기운으로 발목을 시리게 한다.며칠이 지나면 서릿발 같은 냉기가 어깨를 움츠리게 할 것이다.

봄날 새벽,이슬이 내린 길섶은 영롱한 무지갯빛이다.여름날 새벽은 촉촉하면서도 풋풋한 냄새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을 거다.같은 길인데도 지금 가을의 길섶은 싸늘하다.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슴이 시리지 않은가.이제 겨울이 온다.하얀 서리가 서걱서걱 밟히는 겨울의 새벽은 무지개도,싱그러운 냄새도,가슴 시린 유혹도 사라진 삭막한 모습일 것이다.

늦은 가을의 새벽에 이런 노래가 떠올랐다.“내곁에 걷는 이가 누굴까.둘러보니 아무도 없네.” 계절은 언제나 함께 걷고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려면 보이지 않는 것.지나고 나면 “아! 그랬구나.”하는 것.

김경홍 논설위원

2003-10-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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