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F1자동차경주대회 유치 의미·과제/경남 5000만弗 ‘황금알’ 품었다

2009년 F1자동차경주대회 유치 의미·과제/경남 5000만弗 ‘황금알’ 품었다

이정규 기자 기자
입력 2003-10-27 00:00
수정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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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포뮬러 원(FORMULA ONE)’국제자동차경주대회 경남 유치가 성사됐다.경남도와 국제자동차경주연맹(FIA)은 오는 2009년 10월부터 진해경주장에서 F1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지난 17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내년 3월 본 협약을 남겨놓고 있지만 우리측이 포기하지 않는한 대회개최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이를 계기로 포뮬러경기를 소개하고,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남은 과제 등을 살펴본다.

●포뮬러 자동차란

길고 낮은 차체에 두꺼운 타이어를 달고 굉음을 지르며 질주하는 자동차가 ‘포뮬러 머신’이다.머신의 수준에 따라 F1·F3000·F3 등 3종으로 분류해 대회를 치른다.이중 으뜸인 F1대회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손꼽힌다.

FIA는 F1경주에 출전하는 팀은 독자적으로 차체를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차량의 성능과 규격도 엄격해 제작공정은 전부 수공업으로 이뤄진다.포뮬러 머신의 대당 가격은 100억원에 달한다.F1머신의 엔진은 12기통 이하로 배기량이 3000㏄를 넘을 수 없고,최고 출력은 700마력으로 제한된다.선수가 탑승한 차량의 무게는 600㎏ 이상이어야 하고,차체 높이는 0.95m 미만,바퀴 너비 38.1㎝미만,기어는 7단까지 등이다.

F3000은 8기통 이하로 배기량 3000㏄ 이하,출력 450마력,차체무게 550㎏ 이상이고,F3는 4기통이하 2000㏄ 이하,170마력 455㎏ 이상이어야 한다. FIA와 개최국들은 수입구조 공개를 꺼리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시즌 경주장의 수입을 3000만∼5000만달러로 추정하고,경주팀도 팀당 15억∼20억달러쯤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고있다.총수입의 40%가 스폰서의 광고비다.

●스포츠도 경쟁력

현재 F1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주장은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다.독일 호켄하임 경주장은 세계에서 가장 긴 6.82㎞의 직선 주로를 자랑하며,프랑스의 네버스 마그니 코스는 유럽에 하나뿐인 F1박물관이 유명하다.또 일본 스즈카 경주장은 일본열도를 본뜬 경주장과 함께 77만평의 부지에 교육적 기능이 강조된 테마파크로, 연간 300여만명이 찾는다.경남도는 진해 신항 건설로 얻어지는 배후지 120만평에 F1경주장을 건설키로 했다.후발주자로 기존 경주장과의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구상이다.

이덕영 정무부지사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살려 40만평에 경주장을 건설하고,나머지는 골프장(30만평) 및 테마파크(50만평) 용지로 활용할 구상”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어느 곳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야간경기도 고려중이다.이를 위해서는 조명시설로만 100억원이 넘는 추가비용이 예상되지만 이 정도의 출혈은 감수할 각오다.

●F1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영국 버밍햄의 소도시 실버스톤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이름조차 생소한 산 마리노의 이몰라 포도주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된 것은 매년 열리는 F1그랑프리 덕분이다.

진해경주장은 부산·진해 신 항만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여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도약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기에 충분하다.이와 함께 자동차 관련 산업과 연계한 서비스업·도소매업·운수통신·관광산업의 비중이 매주 높아지며,한국상품과 문화·예술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대회유치에 합의하고도 포기한 전북도분석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비 1430억원,직·간접 생산유발효과 3337억원,고용창출 2만여명,부가가치 유발액 28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오는 2009년 대회가 개최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풀어야할 과제

경남도가 점찍은 F1경주장 건설예정지는 현재 신 항만 준설토 투기장으로 정부 소유다.이를 무상으로 양여받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기획예산처는 법적인 문제를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그리고 건설비(2000억원) 지원에도 소극적이다.무엇보다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가 대회유치에 회의적인 것도 문제다.무상양여가 안될 경우 부지값을 포함해 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본 협약을 앞두고 FOM(포뮬러 원 매니지먼트)과의 협상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중계권료와 광고·입장료 수입 배분 협상에서 수익성을 무리하게 요구하면 대회개최가 무산될 수 있고,대회유치에 얽매여 쉽게 양보할 경우 재주만 부리는 곰으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김혁규 경남지사“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인 우리나라에서 ‘포뮬러 원’자동차경주대회를 유치한 것은 세계 5위 자동차생산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입니다.”

김혁규(사진) 경남지사는 “그동안 모터 스포츠에 대한 국내의 인식부족으로 애를 먹었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앞으로 잘 풀릴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의 경제수준과 위상을 감안하면 지금의 대회유치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면서 러시아와 터키,사우디 아라비아 등 유럽과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대회유치에 나서고 있음을 상기시켰다.김 지사가 밝힌 진해경주장의 컨셉트는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테마파크’다.그는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차별화가 관건”이라며 77만여평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한 일본 스즈카경주장을 예로 들었다.이어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건설계획은 없지만 본 협약이 체결되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 제1의 경주장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대회를 유치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데 대해 “국내 지자체 및 외국과의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보안유지가 불가피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지방에서 대회가 열리면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상 국제경기가 성공하려면 개최지를 중심으로 2시간 거리에 인구 500만명이면 충분한 것으로 본다.”면서 “진해는 1시간30분 거리에 인구 1300만명을 포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F1 자동차경주대회란

F1자동차경주대회는 인간의 본능적인 경쟁심과 스피드에 대한 동경심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것이다.F1대회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15개국에서 16개 대회가 개최된다.유일하게 독일에서 2차례 열리고,나머지 국가에서는 1차례씩 개최된다.내년에는 16개국에서 17개 대회가 열린다.계약이 만료된 캐나다가 빠지고,대신 바레인과 중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F1대회는 지난 1950년 5월13일 영국 실버스톤 전용경주장에서 펼쳐졌다.유럽지역을 옮겨가며 열리던 F1대회는 53년 아르헨티나 스틸링모스에서 열린 대회를 시작으로 대회장소가 전 세계로 확대됐다.

경주거리는 경주장에 따라 다르지만 300∼310㎞ 정도다.대부분 트랙길이가 4∼6㎞이므로 최고 77바퀴까지 돌아야 한다.최고 속도는 시속 360㎞까지 나온다.이런 속도에도 불구하고 실수없이 트랙을 질주하기 위해 선수들은 뛰어난 체력과 스태미나를 갖춰야 한다.대회마다 챔피언을 뽑지만 대회별 점수를 종합해 선수와 차량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경기팀은 최고 명문 페라리를 비롯,모두 10개로 한 팀은 2명의 선수와 지원인력 등 50∼100여명으로 구성돼 전 세계를 돌며 경주를 한다.대회에 참가하려는 팀은 보증금 1000만달러를 내야하고,머신 제작비와 개런티 등으로 3000만∼4000만달러를 따로 준비해야 하며,연간 예산이 7000만∼3억달러에 달한다.아무나 참가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원 이정규기자
2003-10-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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