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로 누워 있는 딸의 산소호흡기 전원을 꺼 숨지게 한 아버지가 구속돼 안락사 찬반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는 90년대 이후 안락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종교계와 사회 각계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10년 병 수발에 다른 가족의 짐을 아버지가 대신 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딸을 숨지게 한 전모(49)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전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40분쯤 용산구 후암동 집에서 가정용 산소호흡기의 전원을 꺼 딸(20)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딸은 8년전부터 경추 탈골증후군을 앓아 오다 6년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고통을 참으며 목숨을 이어왔다.전씨는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전씨는 범행 직후 부인에게 “내가 딸을 죽였다.”고 털어놓았고,부인의 신고로 영안실에서 붙잡혔다.
전씨는 이날 오전 5분 남짓 진행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딸 죽인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딸에게 미안할 뿐이다.”며 고개를 떨궜다.또 “다른 가족들도 생각해야 했다.”면서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아들(24)도 경찰에서 “아버지가 여러 사람의 짐을 대신 진 것”라고 말했다.친지들은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고 아들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며 병원비를 댔다.”면서 “10년 동안 계속된 병수발에 가세는 기울었고 빚이 5000만원 넘게 불어났다.”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는 “딸을 죽인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했겠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법원,“동정하지만 엄연한 살인”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이날 오후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정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정법상 전씨의 행위는 엄연한 살인”이라고 밝혔다.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김선실(47)회장은 “외국에서는 식물인간이 17년 만에 깨어난 사례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럴 권리는 없으며,생명은 논리나 이론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방안에 가둬 굶겨 죽인 아내가 경찰에 구속돼 충격을 줬다.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는 사건 직후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락사는 생명 주체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자의적 안락사’,생명 주체가 의사를 표시할 수 없거나 표현이 불가능할 때 실시되는 ‘임의적 안락사’,생명 주체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시되는 ‘타의적(강제적) 안락사’ 등으로 나뉜다.경찰은 사건 당시 딸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고,미리 동의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임의적 안락사’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 논쟁 가열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어머니가 3년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안락사 시키려다 살인미수 혐의로 연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호주에서는 최근 법원이 안락사를 희망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3년을 연명한 여성에게 인공급식을 중단해도 좋다고 판결했다.미국에서는 13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낸30대 여성에 대해 플로리다 주법원이 개입거부 결정을 내려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했다.안락사가 합법화된 곳은 벨기에,네덜란드 등이다.미국에선 오리건주만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
●“10년 병 수발에 다른 가족의 짐을 아버지가 대신 졌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산소호흡기를 떼어내 딸을 숨지게 한 전모(49)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전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40분쯤 용산구 후암동 집에서 가정용 산소호흡기의 전원을 꺼 딸(20)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딸은 8년전부터 경추 탈골증후군을 앓아 오다 6년전부터 병세가 악화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고통을 참으며 목숨을 이어왔다.전씨는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전씨는 범행 직후 부인에게 “내가 딸을 죽였다.”고 털어놓았고,부인의 신고로 영안실에서 붙잡혔다.
전씨는 이날 오전 5분 남짓 진행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딸 죽인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딸에게 미안할 뿐이다.”며 고개를 떨궜다.또 “다른 가족들도 생각해야 했다.”면서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아들(24)도 경찰에서 “아버지가 여러 사람의 짐을 대신 진 것”라고 말했다.친지들은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고 아들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며 병원비를 댔다.”면서 “10년 동안 계속된 병수발에 가세는 기울었고 빚이 5000만원 넘게 불어났다.”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는 “딸을 죽인 아버지의 심정은 오죽했겠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법원,“동정하지만 엄연한 살인”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이날 오후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동정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정법상 전씨의 행위는 엄연한 살인”이라고 밝혔다.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김선실(47)회장은 “외국에서는 식물인간이 17년 만에 깨어난 사례가 있다.”면서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럴 권리는 없으며,생명은 논리나 이론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한 남편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거액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방안에 가둬 굶겨 죽인 아내가 경찰에 구속돼 충격을 줬다.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는 사건 직후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락사는 생명 주체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자의적 안락사’,생명 주체가 의사를 표시할 수 없거나 표현이 불가능할 때 실시되는 ‘임의적 안락사’,생명 주체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시되는 ‘타의적(강제적) 안락사’ 등으로 나뉜다.경찰은 사건 당시 딸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고,미리 동의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임의적 안락사’로 보고 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 논쟁 가열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어머니가 3년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안락사 시키려다 살인미수 혐의로 연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호주에서는 최근 법원이 안락사를 희망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3년을 연명한 여성에게 인공급식을 중단해도 좋다고 판결했다.미국에서는 13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낸30대 여성에 대해 플로리다 주법원이 개입거부 결정을 내려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했다.안락사가 합법화된 곳은 벨기에,네덜란드 등이다.미국에선 오리건주만이 이를 허용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
2003-10-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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