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수험생을 위한 총명탕

[건강칼럼] 수험생을 위한 총명탕

이정언 기자 기자
입력 2003-10-06 00:00
수정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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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임박했다.이맘때면 수험생들도 바짝 긴장하겠지만,덩달아 마음이 초조한 학부모들은 한의원을 찾아 총명탕(聰明湯)을 처방해 가곤 한다.총명탕이 공부를 잘하게 한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맹자(孟子)가 건망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했다는 총명탕은 ‘하루에 천마디를 외울 수 있는 효능’이 있어 과거시험을 앞둔 선비나 기억력이 쇠잔한 노인들이 애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도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약으로 공자가 즐겨 먹었다는 ‘공자대성침중방’이 있는가 하면 주자의 이름을 딴 ‘주자독서환’,장원급제를 꿈꾸며 먹었던 ‘장원환’도 있다.공부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이름을 차용한 약명에서 총기가 느껴지지만,정말 공부가 잘되는지는 한의사인 나도 모른다.

머리를 맑게 해 기억력을 높여주는 총명탕은 석창포와 원지,복신이 주요 약재이다.석창포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눈과 귀를 밝게 하는 것은 물론 뇌신경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뛰어나 소화불량에 기억력이 떨어지고,현기증이 자주 나는 사람에게 주로 처방한다.한마디로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약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명탕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우선,체질에 따라 먹어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총명탕의 주재료인 석창포는 성질이 맵고 따뜻해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또 몸이 건강한 사람이 먹어야 약효가 제대로 발휘된다.청소년들이 머리가 맑지 않은 이유는 몸 속 기운이 원활하지 못해 머리쪽에 열이 몰리는 기체증 현상이나 축농증,비염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럴 때는 총명탕을 먹이기보다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먼저다.

오늘도 총명탕을 지어달라며 한의원을 찾은 학부모들에게 나는 이렇게 권한다.“만성질환을 가진 학생이라면 총명탕보다 먼저 질환을 치료해 줘야 한다고.”그래야 남은 기간이나마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2003-10-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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