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건강보감]한국개그 원조 전유성

[나의 건강보감]한국개그 원조 전유성

심재억 기자 기자
입력 2003-09-08 00:00
수정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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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사는 법이 뭐냐고요?”“세상 안달복달 살아봐야 결과는 비슷하거든요.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밌게 살아야지요.이보다 더 건강한 건강법이 있으면 말해 주세요.”

개그맨 전유성(54).사람들은 그에게 ‘원조’라거나 ‘대부’라며,효시와 중심을 뜻하는 수사를 즐겨 붙이곤 한다.‘개그(gag)’라는 새 장르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하고 개척한 주인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증이자 예우인 셈이다.

●하고 싶은 것 하며 재미있게 살기

“워낙 대책없이 여행을 떠나곤 하다보니 사람들은 내게 역마살(煞)이 끼었다고도 하는데,그렇든 말든 그것은 온전한 내 자유로움이기도 하고 내 발언이기도 합니다.거창하게 계획 세우고,준비하고 그런 것도 없어요.마음이 동(動)하면 떠나니까요.”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참 재밌게 산다.”고 부러워하곤 한다.그의 ‘준비되지 않은 일탈’이 항상 그에게서 ‘뜻밖’이나 ‘의외’의 무엇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점도 없진 않을 거예요.연예인이라는직업이 힘들고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한사코 화려하게 분식된 모습만 보고,그게 전부라고 여기려고 하거든요.그러나 생각해 보세요.대중들의 취향처럼 민감하고 감각적인 것도 없어요.항상 그 점을 고민하는 개그맨에게 창조적인 에너지의 고갈은 곧 몰락이지 않겠어요?그래서 다른 어떤 직업보다 재충전의 필요성이 절실한 곳이 바로 개그계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선지 그는 좀 헐렁해 보인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자신의 영역에서는 조그만 구멍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그가 여행을 통해 마음의 짐과 번민을 털어버린다든가,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든가,아니면 육체적 건강을 다지는 것도 사실은 가장 그답게 자신의 일에 천착하는 방법이다.키 178㎝에 73㎏의 체중이지만 그의 몸에서 얼핏 건강성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그에게 “건강하냐?”고 묻자,“건강해 보이느냐?”고 되묻는다.“딱히 안 좋거나 아픈데는 없어요.원래 이런저런 병치레는 안하는 체질인데,그렇다고 여행 말고는 대놓고 하는 운동도 없어요.예전에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걸 타보긴 했지만 그거 1∼2주에서 한두달을 못넘기겠더라고요.그런데 여행은 달라요.나를 나답게 하는 운동이자 도락은 여행이라고 여기는데,이건 나서면 걸어야 하고 생각해야 하거든요.그 때문에 여행에 탐닉하는지도 모르겠어요.특히나 제 여행은 많이 걷는 고행이죠.” 이렇듯 그의 여행은 ‘걸음의 건강론’에 뿌리를 잇대고 있다.

“평생 운동을 한가지도 안하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을 꼭 남기고 싶다.”면서도 여행의 건강성을 부인하지 않는 그는 계획이나 기대조차 없는 ‘무심한 여행’에 나서보라고 주문한다.“최근에 경기도 안성엘 다녀왔어요.터미널에서 가장 빨리 떠나는 차를 타고 보니 안성행이더라고요.거기서 밤새 산을 타 순대로 유명한 병천으로 갔지요.잠은 불켜진 아무 곳에서나 잡니다.다음날 아내를 올려 보내고 혼자 다시 목천까지 흘러 가다가 돌아왔어요.” 그의 여행은 매양 이런 식이다.지리산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는데 나중에 경남 사천의 신수도라는 섬에 닿아 있더라며 허허 웃는다.

●건강, 남과 비교하지 말기이런 그에게 여행은 또다른 삶이다.“아,하느님이 여행 기간을 삶에서 까주질 안잖아요? 그러니 여행을 여행으로만 여기면 너무 아깝죠.” 그런 탓에 그의 여행은 늘 진지하다.지금도 그는 여행을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살러 간다.”고 한다.“여행 잘하는 비결은 철저하게 그곳 생활에 녹아드는 겁니다.난 그래요.짐 풀면 ‘쓰레빠’ 끌고 주민들 따라 천렵도 하고,들일도 합니다.같이 사는 거지요.” 이러니 격식이나 계획이 필요없달 수밖에.재작년 일본 여행이 그랬고,올해 인도 여행도 그랬다.일단 여행길에 나서면 철저하게 집을 잊는다.서울에 도착해서 “나 왔어.”하고 전화 한통 하는 게 전부다.

인도 여행에선 뭘 얻었느냐고 묻자 “아무것도…”라고 했다.걷기만 했다고 했다.올해로 연예계 데뷔 35년.훌쩍 쉰을 넘긴 나이에도 그가 “지금까지 주사 한대 맞은 적이 없다.”고 할 만큼 강골인 것은 순전히 다리품 팔아 얻은 것이다.“일상적으로 걷는 습관을 들이면 차가 오히려 불편해요.종종 마포대교를 걸어서 건너는데,사람이라곤 나 혼자거든요.그땐 내가 마포대교 주인입니다.걸어서 얻을 수 있는 ‘뽀나스’인 셈이지요.”

●금연에 술은 ‘주정' 안할만큼만 마시기

“이제 개그 방송에 나가는 일은 피하고 싶어요.일부 방송의 개그에 대한 몰이해가 못마땅하기도 하고 또 뒤에서 후배들 길잡이 역할을 할 연배도 됐고요.” 그렇다고 그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개그를 꼭 방송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직접 극본을 공모하고,신인을 뽑아 가르치며 준비중인 게 ‘방송개그’가 아닌 ‘무대개그’예요.또 내년 봄쯤에는 주문형 맞춤코미디도 선을 보일 겁니다.뭐냐구요?간단해요.예컨대 정육점하시는 분이 ‘10분 동안 나를 일곱번만 웃겨달라.’고 하면 찾아가서 웃겨주는 겁니다.‘코미디도 자장면처럼 배달됩니다.’하는 컨셉트지요.” 이런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창작열과 기발함을 두고 한 출판인은 ‘뚜껑을 열지 않으면 폭발하는 천재성’이라고 했다.

담배는 끊은지 10년쯤 됐고 술은 ‘절대’ 주정하지 않을 만큼 마시는 그의 또다른 건강법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이런 그에게서 듣는 건강론은 그답게 자주적이다.“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겁니다.자꾸 비교하다 보면 정상적인 사람도 이런 생각 들지 않겠어요? 정말 내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강성남기자 snk@

■전유성의 여행건강론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입니다.요즘처럼 막막한 세상에 이런 일탈의 묘미조차 못 느낀다면 사는 일이 얼마나 답답하고 지겹겠어요?”

그가 말하는 여행론은 다리품을 팔아서 머리를 비우고 가슴을 채우는 작업이다.물론 전제는 심신의 건강이다.그래서 그는 여행을 ‘즐거운 고행’이라고 말한다.“체질적으로 머리를 비우는데 익숙한 편입니다.고민이나 불쾌감 등을 속에 담아두지 않아요.그러지 않으면 창조적인 작업이 방해를 받기 때문이죠.대신 가슴에 사람들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의 여행은 너무나 자유분방해 룰이라는 걸 찾을 수 없다.“사전 준비요?하죠.예를 들어 목적이 있는 해외 여행의 경우 준비 안하면 안되죠.그런데 준비라는 게 물품이나 장비인 경우가 많고,여행의 내용을 미리 틀에 집어넣지는 않습니다.그건 순전히 내 의지대로 하는 겁니다.”

이처럼 대개의 경우 그의 여행은 즉흥적이고 돌발적이다.계획도 없고,준비도 없고,그래서 기약도 없는 그런 여행이다.“전유성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연예계에서 묵은 말이다.특히나 차가 되레 불편하다고 할 정도니 그의 걷는 여행에 대한 집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한번은 스님과 동행해 덕유산에서 나오는데 서너시간을 걸어도 덕유산을 못 벗어나는 거예요.지루하다고 혼잣말을 했다가 ‘선방에서 평생을 지내는 중도 지루하다는 얘기를 안하는데…’라는 스님의 핀잔을 듣고는 그후 무슨 일을 해도 지루하게 여기지 않게 됐어요.여행의 소득이지요.”

그런 그가 말하는 여행의 이점은 많다.현실을 다른 자리에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속 끓이는 스트레스도 어렵잖게 털어낼 수 있다.보고 듣는 모든 것이 창조의 소스가 되고,다리 붓도록 걷는 일은 건강을 위한 투자다.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김석현 교수는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여행과 달리 전유성씨처럼 훌쩍 떠나는 여행은 그런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 스트레스를 털고 발상의 원천을 새롭게 하는데 좋을 것”이라며 “특히 연예인 등 업무적 부담이 큰 직업인의 경우 많이 걷는 여행이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고 육체적 건강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2003-09-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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