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강행땐 또 머리깎을 각오”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

“포괄수가제 강행땐 또 머리깎을 각오”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

입력 2003-08-28 00:00
수정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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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를 ‘투사(鬪士)’로 기억한다.대한의사협회 김재정(金在正·63)회장.

3년 전 사상 초유의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당시 빡빡 깎은 머리 때문에 강성 이미지가 더욱 깊어졌다.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싸움꾼이 아니라고 했다.문제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으로 풀어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지난 5월 8만여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회장에 재선된 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의료개혁에 관한 토론을 제의했다.하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그래서인지 김 회장이 앞으로 포괄수가제 도입 등의 현안을 놓고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는 평범한 의사였다.고려대 의대(58학번)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교수도 지냈다.

1978년엔 서울 서초구에 ‘김재정 정형외과의원’을 열었다.그러다 서초구 의사회장을 맡으면서 의료개혁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의사 김재정’의 인생항로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의약분업이다.서울시 의사회의장을 맡고 있던 2000년 1월 의약분업에반대하며 꾸려진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초대위원장직을 맡았고,같은 해 5월 의협회장에 선출됐다.의약분업은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으로 이어졌고,그는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확정판결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정지된다.

그는 “후회는 없다.”고 했다.의약분업이 잘못됐다는 신념 때문이다.시범사업을 제대로 해보고,잘못된 점은 고치고 전면 실시해도 늦지 않았는데 공무원들이 정치권에서 하라니까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게 문제였다고 강조한다.

선진국 모델을 그대로 베꼈으면 60점짜리는 됐을 텐데,어설프게 독창성까지 가미하는 바람에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약분업을)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말한다.현실적으로 어렵다면,건보공단 같은 매머드 조직을 대폭 구조조정하는 식의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한다.국민들도 포함시켜 의약분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참여정부 들어 의정(醫政)갈등은 사라진 듯 보인다.하지만 잠복하고 있을 뿐이다.당장 정부가 7개 질병에 대해 강제시행하려는 포괄수가제(질병별로 진료비를 미리 정해주는 제도)가 문제다.그는 “포괄수가제를 하면 획일적인 ‘붕어빵 진료’가 보편화된다.의사도 인간인데 결국 값싼 약을 쓰게 돼 부실진료의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다시 머리깎고 덤비겠다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의쟁투를 다시 만들어 투쟁하라는 요구도 빗발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과잉처방이라는 이유로 진찰료에서 약값을 대폭 삭감하는 사례가 많아진 게 직접적인 이유다.협회 차원에서 심평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의료사회주의를 막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의료기관이 국유화되면 경쟁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의사는 봉급쟁이로 전락하고,의료의 질은 떨어져 결국 피해는 의료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공공병원의 비율이 96%에 달하는 영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영국의 의사들은 경쟁력을 상실한 봉급쟁이가됐고,그나마 실력있는 의사들은 앞다퉈 미국으로 건너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패한 영국모델을 따라가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라면서 “DJ정권에서 몇몇 의료사회주의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검증없이 시행한 탓”이라고 분석했다.그는 “현 의료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들이 자긍심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의사들은 자존심으로 산다는 얘기를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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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기자 sskim@
2003-0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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