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코프] 인터넷 국정신문의 경쟁력

[인터넷 스코프] 인터넷 국정신문의 경쟁력

이연희 기자 기자
입력 2003-08-21 00:00
수정 200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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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조지다’가 무슨 뜻이에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이 느닷없는 질문을 했다.이런저런 상황에 쓰이기는 하지만 “그건 좋지 않은 말이니 쓰지 않는 게 좋아.”라고 설명하자,“대통령이 쓴 말인데 왜 안 돼요?”라고 반문을 했다.지난주 대통령이 했던 말을 귀담아 들었던 모양이다.

최근 노 대통령의 말투나 언론과의 긴장관계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먼저 노 대통령의 주장처럼 진의를 왜곡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다.괜히 불안감을 증폭하고,앞뒤 자른 말들만 보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스스로 비속어나 사투리 등 경박한 말 씀씀이를 자주해서 진의 전달을 불편하게 한 데에도 책임이 있다.대통령의 한 마디는 여염집 아낙네의 말과는 분명 그 비중이 다르다.무엇보다 대통령과 언론이 불편한 사이가 되고,서로를 불신하다 보니 국정이 혼란스럽다.노 대통령이 국정 전반의 어려움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일도 늘어나고,언론사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했다.

이에 질세라 언론사들도 칼날을 더욱 세우고 격앙된 논조를 펼치고 있다.그러나 언론의 자성 역시 필요하다.대통령을 소재로 해서 선정적인 보도를 견지하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특히 대통령의 튀는 말 한 마디를 파고들어 흠집을 내려는 고의성도 다분하게 보인다.그것보다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 속에 담긴 참뜻을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정부는 인터넷 국정신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인터넷을 통해 국정 수행과 관련된 업무를 직접 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젊은층에겐 인터넷 신문이 종이 신문보다 훨씬 더 파급 효과가 큰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이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인터넷 국정신문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선 첫째,말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노련한 전문가들이 맡아야 할 것이다.인터넷 공간은 말과 글이 바로 표출되고 퍼지는 특성이 있다.사전에 준비되지 않으면 혼란의 주범으로전락할 수 있다.정제되고 반듯한 말들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남다른 주의와 교육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둘째,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철학과 업무가 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부처간 유기적인 지원과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또 대통령 개인의 억울한 사정을 강변하거나 홍보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자체 검열도 필요하다.사변적인 언론 통로로 악용된다면 국민들과 대통령은 점점 멀어지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인터넷 국정신문이 이용자인 네티즌들의 정서를 십분 반영하는 쌍방향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많은 의견이 모아지고 짜임새 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단순히 또 다른 신문이기보다는 국정에 대한 바른 길잡이 역할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국민참여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을 보여 줬다.국민적 기대도 여전하다.인터넷으로 국정을 홍보하는 시대를 연 만큼 인터넷 국정신문 역시 빠른 시일 안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경쟁력은 정보를 꾸밈없이 제공하는 일차적 장치부터 토론과 합의를 도출해내는 차원 높은 대화의 장치 마련이 아닐까 한다.또 상대방의 말과 글을 제대로 전달하는 캠페인도 추가되길 바란다.

이 연 희 강릉대 한구어학당 전임강사
2003-08-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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