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불륜·엽기 결정판?

오페라는 불륜·엽기 결정판?

입력 2003-08-05 00:00
수정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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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문학·음악·무용·연극적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이 ‘서구 예술의 결정판’이 생각만큼 고상한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은 오페라가 오히려 ‘불륜과 엽기의 결정판’이라서 고민이라고 한다.도대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건전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예술의전당은 9일부터 24일까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마술피리는 무려 16일 동안 22차례 공연된다.가장 오래,가장 많은 횟수를 공연한 오페라로 기록될 것이다.지난 2001년 시작된 ‘가족 오페라’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이번에도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객석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토월극장은 600석.한 차례 공연에 몇만명이 관람하는 축구장 오페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1만 3000여명이 중소극장 오페라를 찾는다면 그것도 기록이다.

예술의전당은 3년에 걸친 ‘마술피리’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에는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방안을 집중 검토했지만,곧 난관에 봉착했다.관심을 끌 만한 작품의 대부분이 불륜과 엽기를 주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린 학생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보는 오페라’를 내세우는 만큼 아무리 높은 평가를 받는 훌륭한 작품이라도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다면 어려운 노릇이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다른 걸작 ‘돈조바니’는 스페인에서는 ‘돈 후안’이라고 부르는 바람둥이의 얘기다.하녀의 성을 ‘소유’하는 주인은 누구인가를 다룬 ‘피가로의 결혼’은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에 해당한다.1876년 초연 당시에는 유럽 사회의 근저를 이루는 신분문제를 위협했다는 사회적 코드로 읽혔다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부적절한 줄거리일 수 있다.나아가 비제의 카르멘은 초연 당시 초청된 여가수가 “내용이 너무 음란하다.”고 공연을 거부한 전력이 있고,베르디의 ‘리골레토’도 납치와 강간,청부살인이 줄거리를 이룬다.

물론 “‘피가로의 결혼’이나 ‘돈조바니’는 너무나 천박해서 지독한 혐오감을 느낀다.”는 베토벤의 ‘피델리오’나 푸치니의 ‘투란도트’ 같은 작품이 없지는 않지만,이번처럼 25인조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작은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작들이다.

고희경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은 “수소문해 보아도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라는 개념이 미국이나 유럽에는 거의 없다는 데 놀랐다.”면서 “내년에는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나,‘마술피리’를 새로 제작해서 공연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김학민이 연출한 이번 공연에는 김홍식이 지휘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이 나선다.파파게노에 박현진 권상욱,파파게나에 고선애 소연정,모노스타토스에 송원석 김동섭,밤의 여왕에 최자영 등이 출연한다.수·토·일요일 오후 2시·5시,화·목·금요일 오후 3시.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6세 이상 관람가.(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2003-08-0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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