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미국이 변할 차례다

[열린세상] 미국이 변할 차례다

이철기 기자 기자
입력 2003-07-31 00:00
수정 200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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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회담이 성사를 앞두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당초 8월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회담 시기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선 3자회담,후 확대다자회담’ 방식에는 북한과 미국이 일단 동의한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의견 접근은 쉽지 않아 보인다.미국의 자세는 여전히 완강하고 비타협적이다.미국 강경파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일방주의정책의 주요한 명분으로 삼고 있는 ‘북한 위협론’을 좀처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번 북한 핵문제는 충분히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사태가 이처럼 극단적 상황으로까지 악화된데는 미국의 책임이 크다.미국은 의도적이라고 할만큼 북한 핵파문을 악화일로로 몰고 왔다.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북한을 계속 벼랑 끝으로 몰아,사태를 악화시켰다.미국은 당초에 자신이 제기한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계획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고사하고,북한을 “핵무기 보유 시인”으로까지 몰고 가 ‘과거핵’의 해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북한 핵문제의 해법은너무나 명확하다.북한핵의 폐기와 북한체제에 대한 보장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달리 방법이 없다.어떤 국가가 핵무장을 포기하고 불평등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핵무기국가들이 해당 비핵무기국가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이것을 전문용어로 ‘소극적 안보보장(NSA)’이라고 하다.1970년 NPT의 탄생과 1995년의 재연장 합의는 핵무기국가와 비핵무기국가들간에 이런 약속과 전제에서 가능했다.더구나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문’ 제3조 1항에서,북한에 대해 이 NSA를 문서로서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러한 NSA 약속을 정면으로 깬 것이다.이것이 북한 핵파문의 본질이다.미국 국방부는 ‘핵태세 보고서’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따라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을 제거’하지 않는 한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일을 완료해야 비로소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실제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미국이 제기한 핵의혹에 대한 검증에 동의하여 사찰을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미국은 끊임 없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새로운 전제조건들을 제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이라크의 경우,7년여간에 걸쳐 대통령궁을 비롯해 전국토를 이 잡듯이 뒤지는 철저한 무기사찰을 받고 사실상 무장해제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미국은 여전히 대량파괴 무기의 개발 및 보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라크를 침략했다.

게다가 북한은 다자회담틀이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위해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또 북한은 다자회담이 대북제제 조치와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예정된 수순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의심하고 있다.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인 요구를 하여 회담을 결렬시키고 이를 구실로 북한에 대해 제재조치와 군사적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따라서 미국은 3자회담에서 우선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최소한 구두 약속을 해야 한다.그리고 확대 다자회담이 북한과의 실질적인 협상과 타협의 장이 될 수 있고,북한체제에 대한 보장문제가 주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음을 밝혀야 한다.미국의 정책과 입장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핵 협상의 장래는 밝지 않다.이제 미국이 변할 차례이다.

이 철 기 동국대 교수 평화연대 공동대표
2003-07-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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