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곤니치와”
배우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인사를 한다.객석을 가득 메운 아이들도 참새같은 입을 벌려 목청껏 무대쪽으로 소리를 지른다.“안녕하세요.”
지난 2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연중인 어린이연극 ‘세가지 숲 이야기’에는 한국 배우 3명,일본 배우 3명이 나란히 등장한다.대사보다는 놀이와 움직임이 중심인 연극이라 언어의 차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간간이 일본 배우들이 한국말로 대사를 하기도 한다.
‘세가지 숲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어린이극단인 극단 사다리와 극단 가제노코큐슈가 함께 만든 합작극이다.한국 극단이 일본에서 공연하거나 일본 극단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양국 어린이극단이 합동공연을 올린 예는 흔치 않다.
●지난해 첫 공연… 호응좋아 다시 뭉쳐
지난해 ‘만남’에 이어 두번째로 공동연극을 기획한 극단 사다리의 유홍영(작은사진 왼쪽·38)연출가와 극단 가제노코큐슈의 나카지마 켄(56)연출가를 만났다.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교류하는데서 나아가 처음부터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합작연극의 의의가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 연출가는 “오래전부터 교류를 원해오다 지난해 처음 작품을 함께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시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카지마 연출가는 “역사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두나라의 미래를 푸는 열쇠는 아이들끼리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극단 가제노코는 日아동극의 독보적 존재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아동극에 눈돌리기 시작한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이미 1950년부터 아동극단이 생겨났다.그중에서도 극단 가제노코는 독보적인 존재이다.‘어린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구호아래 전국 각 학교를 돌며 꾸준히 활동해온 이 극단은 80년대 들어 각 지역마다 지부를 두어 전국 곳곳에 어린이극을 뿌리내리는 역할을 했다.
1973년 극단 가제노코에 입단한 나카지마 연출가는 1985년 후쿠오카를 근거지로 한 가제노코큐슈의 창단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 20년 가까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0년전만 해도 아동극을 실력이 낮은 연극인들이 연습삼아 하는 장르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동극 관계자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출산율의 저하로 아동극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일본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전문아동극단이 탄탄한 기반아래 활동하고 있다.
“아동극을 시작할 때부터 모델로 삼았던 극단이 바로 가제노코였다.”는 유 연출가는 “1988년 교육극단을 창단하면서 우리도 전국 각 학교 순회공연을 기획했으나 학교마다 그럴 만한 공간이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아동극은 이제 막 전성기를 맞고 있다.지난 10년간 전문아동극단도 30∼40개를 헤아릴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일각에선 방학시즌이나 어린이날 특수를 노린 상업성 짙은 아동극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유 연출가는 양적 팽창이 질적 수준의 향상을 끌어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아동극서 가장중요한 요소는‘놀이’
두 극단이 아동극을 만들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놀이’이다.연극(Play)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그렇듯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는게 아동극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세가지 숲 이야기’에도 갖가지 동물놀이와 솟대놀이,기차놀이,전래동요 부르기 등 두 나라의 다양한 놀이문화가 등장한다.일본 전통 종이공예(키리가미)로 만든 무대와 흥겨운 타악연주 등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놀이이다.유 연출가는 “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놀이문화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나카지마 연출가도 “노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이자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과 규칙을 배우는 소중한 학습방법”이라고 호응했다.
지난 5월부터 두달간 후쿠오카,오사카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일본 공연을 먼저 마친 ‘세가지 숲 이야기’는 새달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계속된다.화∼일 오후 2·4시.(02)382-5477.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도준석 기자 pado@
배우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인사를 한다.객석을 가득 메운 아이들도 참새같은 입을 벌려 목청껏 무대쪽으로 소리를 지른다.“안녕하세요.”
지난 2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공연중인 어린이연극 ‘세가지 숲 이야기’에는 한국 배우 3명,일본 배우 3명이 나란히 등장한다.대사보다는 놀이와 움직임이 중심인 연극이라 언어의 차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간간이 일본 배우들이 한국말로 대사를 하기도 한다.
‘세가지 숲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어린이극단인 극단 사다리와 극단 가제노코큐슈가 함께 만든 합작극이다.한국 극단이 일본에서 공연하거나 일본 극단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양국 어린이극단이 합동공연을 올린 예는 흔치 않다.
●지난해 첫 공연… 호응좋아 다시 뭉쳐
지난해 ‘만남’에 이어 두번째로 공동연극을 기획한 극단 사다리의 유홍영(작은사진 왼쪽·38)연출가와 극단 가제노코큐슈의 나카지마 켄(56)연출가를 만났다.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교류하는데서 나아가 처음부터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합작연극의 의의가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 연출가는 “오래전부터 교류를 원해오다 지난해 처음 작품을 함께 만들어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시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카지마 연출가는 “역사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두나라의 미래를 푸는 열쇠는 아이들끼리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극단 가제노코는 日아동극의 독보적 존재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아동극에 눈돌리기 시작한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이미 1950년부터 아동극단이 생겨났다.그중에서도 극단 가제노코는 독보적인 존재이다.‘어린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구호아래 전국 각 학교를 돌며 꾸준히 활동해온 이 극단은 80년대 들어 각 지역마다 지부를 두어 전국 곳곳에 어린이극을 뿌리내리는 역할을 했다.
1973년 극단 가제노코에 입단한 나카지마 연출가는 1985년 후쿠오카를 근거지로 한 가제노코큐슈의 창단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 20년 가까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10년전만 해도 아동극을 실력이 낮은 연극인들이 연습삼아 하는 장르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동극 관계자들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출산율의 저하로 아동극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나 일본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전문아동극단이 탄탄한 기반아래 활동하고 있다.
“아동극을 시작할 때부터 모델로 삼았던 극단이 바로 가제노코였다.”는 유 연출가는 “1988년 교육극단을 창단하면서 우리도 전국 각 학교 순회공연을 기획했으나 학교마다 그럴 만한 공간이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아동극은 이제 막 전성기를 맞고 있다.지난 10년간 전문아동극단도 30∼40개를 헤아릴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일각에선 방학시즌이나 어린이날 특수를 노린 상업성 짙은 아동극의 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유 연출가는 양적 팽창이 질적 수준의 향상을 끌어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아동극서 가장중요한 요소는‘놀이’
두 극단이 아동극을 만들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놀이’이다.연극(Play)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그렇듯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우는게 아동극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세가지 숲 이야기’에도 갖가지 동물놀이와 솟대놀이,기차놀이,전래동요 부르기 등 두 나라의 다양한 놀이문화가 등장한다.일본 전통 종이공예(키리가미)로 만든 무대와 흥겨운 타악연주 등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놀이이다.유 연출가는 “인간과 인간,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놀이문화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나카지마 연출가도 “노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이자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과 규칙을 배우는 소중한 학습방법”이라고 호응했다.
지난 5월부터 두달간 후쿠오카,오사카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일본 공연을 먼저 마친 ‘세가지 숲 이야기’는 새달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계속된다.화∼일 오후 2·4시.(02)382-5477.
글 이순녀기자 coral@
사진 도준석 기자 pado@
2003-07-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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