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기형적 계급구조가 경찰문제 야기

기고 / 기형적 계급구조가 경찰문제 야기

강대신 기자 기자
입력 2003-07-28 00:00
수정 2003-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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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이 흔들리고 있다.일선 현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범죄와의 싸움에 지쳐 쓰러지고,타 공무원에 비해 근무여건이 열악하고 승진·보수에서도 불리한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사기저하의 정도가 심각할 지경이다.이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사회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경찰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고 사기가 저하된 걸까.그 근본적 이유는 왜곡된 계급구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경찰 계급구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정말 안됐구나.”하는 생각을 넘어 측은지심으로 슬퍼지기까지 한다.경찰에서 하위직이라고 생각되는 경사이하의 비율이 86.3%인데 동급의 국가일반직 7급이하는 57.7%,경찰조직과 유사한 국세청은 69.2%,파출소와 같은 읍·면·동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일반직은 68%이고,일본경찰도 순사부장(한국의 경사급)이하가 60.9%로 이런 단순 비교를 통해서도 경찰은 하위직이 너무 많은 에펠탑형 계급구조로 그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하위직이 많은 기형적 계급구조는 경찰 대·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로,심각한 승진적체로 인한 사기저하와 업무의욕이 상실될 우려이다.일반직은 9급에서 6급으로 가는데 17년,경찰관은 순경에서 경감까지 24.1년이 소요되어 경찰관들간 승진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왔고,승진시기가 되면 많은 경찰관이 시험준비 하느라 업무에는 소홀해질 우려가 있어 이러한 승진체계가 치안불안까지 이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두번째로,한 사람의 감독자 밑에 너무 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다.행정학 이론은 감독 1명의 통솔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8∼12명 정도가 가장 적정하다고 하는데 일부 경찰서 과장은 70여명의 부하직원이 있고,30명의 경찰관을 감독하는 실정으로 중간감독자의 폭을 확대하지 않고는 능동적 업무수행이 어렵다.

세번째로,중간실무진이 약해 전문적 업무수행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경찰은 업무특성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와 관련되는 사안을 현장에서 즉시 판단해야 하므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경위·경감 등 중간실무진이 치안현장에 대폭적으로 배치되어야 제대로국민을 위한 치안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경위·경감이 부족하여 실무진에 배치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중간실무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왜곡된 직급구조를 갖고서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역량을 배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네번째로,우수인력의 지원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최근 경찰에 대학졸업자들이 순경으로 상당수 유입되고 있다.하지만 이는 경찰의 처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취업난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경찰은 수행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지속적인 우수인재 유입이 절실하고,그러기 위해서는 타공무원에 비해 승진·보수면에서 조건이 더 좋아야 하고,더 좋지 않더라도 최소한 불리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참고적으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경찰관은 다른 공무원보다 우대하는 상황이다.

경찰의 계급구조 문제에 대해 몇가지 설명하였지만 이런 문제해소의 긍정적 목적은 대국민 치안서비스 향상을 위한 기반구축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은 이제까지 정부예산 부족과 타부처 형평성 유지라는 명목으로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그 결과로 지금은 타부처 공무원보다 더 열악한 상태가 됐다.이건 잘못된 것이고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정부에서는 경찰 근무여건 개선과 전문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안전 및 인권보호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며,국민들도 법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치안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고 선진국 형태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며 그에 상응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강대신 경찰청 정책평가위원
2003-07-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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