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4시] 낮엔 형사 밤엔 납치강도 ‘두 얼굴의 경찰관’

[취재 24시] 낮엔 형사 밤엔 납치강도 ‘두 얼굴의 경찰관’

이영표 기자 기자
입력 2003-06-20 00:00
수정 2003-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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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경찰이 강도가 되다니.강도를 잡아야 할 경찰이 도리어 시민을 납치하고….‘막가는’ 세상이다.그런데 더욱 기가 찬 것은 강도단에 낀 경찰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도덕적 해이’나 ‘직업의식 실종’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될 것 같다.

지난 4월15일부터 엿새 동안 강남경찰서에서는 ‘범죄자가 범죄자를 수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이 경찰서 마약반 소속 한모(36) 경사가 15일 밤 송파구 방이동에서 돈이 많다고 소문난 증권브로커 김모(34)씨를 대상으로 납치·강도짓을 벌인 뒤 다음날 아침 태연하게 경찰서로 다시 출근한 것이다.‘두 얼굴’의 한씨는 19일에도 양천구 신정동에서 금융 대부업자 김모(32)씨를 납치,6800만원의 금품을 뺏고 가족에게 35억원을 몸값으로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한씨는 “부업을 하면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한씨는 피해자 신고로 동료 경찰관들의 추적을 받자 지난 4월21일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된 이후 경찰수뇌부의 사후 약방문도 잡음을 일으켰다.최기문 경찰청장은 19일 감독 책임을 물어 남형수 서울강남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에 경찰청 외사관리관실 박기륜 총경을 임명했다.또 황운하 형사과장 등 3명도 직위해제했다.

황 과장 등도 함께 직위해제시킨 것은 석연치 않다.황 과장은 한 경사가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른 뒤인 4월21일 강남서에 부임했기 때문이다.수뇌부는 “한 경사 사건과는 별도로 6인조 떼강도 사건의 수사내용이 일부 언론에 새나가는 등 황 과장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평소 수사권 독립 등 소신발언으로 ‘튀는 발언’이 잦았던 황 과장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어쨌든 겉다르고 속다른 경찰이 또 있을지 시민들이 경계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빠져버렸다.뼈아픈 자성으로 거듭나는 경찰상을 기대해 본다.



이영표 기자 tomcat@
2003-06-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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