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입력 2003-06-11 00:00
수정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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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종의 인문학 관련 서적만을 외곬으로 펴내온 소명출판사가 처음으로 소설 3권을 펴냈다.출판사가 문학 관련 책을 내는 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소명출판사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 출판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

박성모(사진·41) 대표는 “소설 출판에는 명망가 위주의 출판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이런 풍토에서는 신인이나 등단 뒤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려고 나름의 성격에 맞는 소설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게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정혜주의 ‘내 안의 불빛’을 비롯,99년 문학동네에 중편으로 등단한 도태우의 ‘디오니소스의 죽음’,늦깎이 작가 김정주의 ‘을를에 관한 소묘’등 세권이다.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들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는 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내 안의 불빛’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작가가 ‘한백’이란 가명으로 88년 발표한 ‘동지와 함께’를 포함해 지식인과 노동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세편의 중편 모음집.‘강·섬·배’는 새로운 세기를 운운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대에 오히려 굼벵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80년대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작가는 당시를 ‘쓰라린 자부심’의 시대라고 결론짓는다.‘영만이’는 노동자의 변신과정을 통해 지식인의 부채의식을 벗어난,있는 그대로의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상력의 틀 속에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생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표제작 등 네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발루아의 환영’‘테에베 통신’‘판팔루스 판포스’ 등에서 현실에서 문학,나아가 예술과 종교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작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면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소수‘광인’들의 힘으로살고 있다.

●‘을를에 관한 소묘’

탑골 공원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한 표제작 외 세편을 실었다.현실과 유리된 채 인식론에 안주한 여성과 재봉질에 매달려 욕망에만 안주하는 다른 여성을 통해 생의 풍속도를 압축한 ‘알 수 없는 문’을 비롯,‘잃어버린 방’‘수면 아래 저편’등에서 녹록지 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모두 어느 한 경향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과 작가들이다.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문학물 출판 관행으로는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낳은 ‘못자리’에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탄탄하게 키워온 글솜씨가 깔려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06-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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