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덩이서라도 너란 놈을 잡겠어”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

“불구덩이서라도 너란 놈을 잡겠어”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

입력 2003-05-30 00:00
수정 2003-05-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으로 2개월여 개봉을 연기했던 ‘튜브’(Tube·제작 미르필름·5일 개봉)가 실체를 드러낸다.제작비 57억원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지하철’이란 뜻의 제목에 걸맞게,한국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하철을 소재로 한 데다 김포 공항에서의 대규모 총격전 등 스펙터클한 장면이 줄지어 나온다.8억원을 들여 만든 지하철역 세트에서 펼쳐지는 긴박감 넘치는 장면은 관객들을 시원하게 해줄 것 같다.역동적인 액션과 빠른 장면 전환에 고감도의 컴퓨터 그래픽 장면도 놓치기 아깝다.두번째는 극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다.신파로 흐르지 않으면서 눈물샘을 살짝 건드려 애잔하다.

큰 줄거리는 모든 것을 폭발시키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이야기다.극비로 운영되는 정보기구 ‘로드팀’의 요원이었다가 아내와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등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뒤 테러리스트로 변해 한을 풀려는 강기택(박상민)과 이를 저지하려는 형사 장도준(김석훈)의 사투(死鬪)가 주된 얼개다.두 인물 옆에는 도준을 좋아하는 소매치기 송인경(배두나)의 애틋한 시선이 놓여 있다.

스펙터클하고 볼거리가 많아도 사람 얘기가 빠지게 되면 맛이 떨어지는 법.동서양의 철학을 거론하고 최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매트릭스’에도 사랑을 담듯이,‘튜브’의 사랑 이야기도 그 몫을 톡톡히 해낸다.지하철 추격전으로 시종일관했다면 이미 ‘스피드 2’ 등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의 까다로운 ‘눈맛’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관객들을 의식해서일까.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백운학 감독은 강기택이 사라지고도 여전히 지하철을 통제불능의 상태로 남기며 장도준과 송인경의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이어간다.

도준이 결국 나머지 인질을 구하려 홀로 폭탄이 장치된 차량에 타면서 손을 놓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송인경 역의 배두나는 후반부에서 절제된 대사와 눈물어린 표정 연기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신다.

박상민은 냉혈한의 연기를 절제된 감정처리로 무난히 수행한다.형사1반장으로 나오는 중견배우 임현식,소매치기 ’면도칼’ 역의 권오중의 코믹한 연기와 지하철역 통제실장으로 나오는 진지한 모습의 손병호도 볼거리를 더해준다.

티도 보인다.형사1반장과 통제실 직원들이 경찰서장에 항명하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어서 반전이 주는 묘미를 억지로 끄집어 내는 느낌을 준다.작위적 진행은 전체 흐름에도 나타난다.결사적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희미하다.

영화가 진행 중일 때나 끝난 뒤에도 계속 ‘스피드 2’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05-30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