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평양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에드워드 호어 박사는 얼마 전 서울의 관훈클럽 초청 모임에 참석,“북한이 정치적으로는 아직 작동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실패한 국가”라는 말을 했다.그리고 실패한 국가의 징후들을 몇가지 소개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의문이 남는다.정치적으로는 작동되지만 경제적으로 실패한 체제라는 게 무슨 뜻일까.그리고 경제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체제가 과연 정치적으로 얼마나 더 굴러갈 수 있을까.
김정일 정권의 축출을 명시한 럼즈펠드 메모가 던진 가장 충격적인 메시지는 미국의 최종 목표점이 이미 북핵 이후를 향해 있다는 점이다.설사 핵동결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한 체제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미 행정부내 매파들의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공개된 비밀이었다.그게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구도의 근저에는 민주주의,인권 확산을 추구하는 미국식 체제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북한이 지금 같은 비효율적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한 미래는 없다는 논리다.
물론 미 행정부의 공식입장은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럼즈펠드식 접근에 반대하는 대화주의자고 미국을 3자회담까지 이끌어낸 것도 파월팀이다.부시 대통령도 아직은 강온세력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3자회담에서 이루어질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매파들은 느긋하다.대화주의자들 중에도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2년 이상 진전 없이 시간만 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당연히 매파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고 북한경제가 언제까지 버텨줄지도 비관적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요구하지만 지금 식으로 가면 북한체제는 내부붕괴를 면치 못한다는 게 미국 매파들의 생각이다.그리고 붕괴과정에서 북한이 계속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논리다.지금의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위협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1차 북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마치 북핵문제의 포로가 된 느낌이다.핵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끝이라는 환상마저 퍼져 있다.북한체제가 지금 이미 브레이크가 걸려 종착역에 들어선 기차처럼 서서히 정지하는 상태라면 어쩔 것인가.
DJ정부 이후 북한의 체제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금기였다.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표결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물론 현 단계에서 우리가 북한의 체제문제를 공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하지만 내부적으로 대비를 하고 관련국들과 비공개로 입장조율에 나설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를 ‘무력을 쓰자는 것이냐.’‘북한의 붕괴를 부추기자는 말이냐.’는 단순논리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무력을 쓰지 않고 외교적인 방법으로도 북한체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인권개선 등 체제의 건강성이 증진되지 않는 한 북핵위기라는 한 부위만 외과수술로 떼내기는 힘들다.문제의 뿌리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보다 근원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북핵 이후’를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 동 국제부장 yeekd@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의문이 남는다.정치적으로는 작동되지만 경제적으로 실패한 체제라는 게 무슨 뜻일까.그리고 경제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체제가 과연 정치적으로 얼마나 더 굴러갈 수 있을까.
김정일 정권의 축출을 명시한 럼즈펠드 메모가 던진 가장 충격적인 메시지는 미국의 최종 목표점이 이미 북핵 이후를 향해 있다는 점이다.설사 핵동결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한 체제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미 행정부내 매파들의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공개된 비밀이었다.그게 이번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구도의 근저에는 민주주의,인권 확산을 추구하는 미국식 체제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북한이 지금 같은 비효율적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한 미래는 없다는 논리다.
물론 미 행정부의 공식입장은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럼즈펠드식 접근에 반대하는 대화주의자고 미국을 3자회담까지 이끌어낸 것도 파월팀이다.부시 대통령도 아직은 강온세력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3자회담에서 이루어질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매파들은 느긋하다.대화주의자들 중에도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2년 이상 진전 없이 시간만 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당연히 매파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고 북한경제가 언제까지 버텨줄지도 비관적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요구하지만 지금 식으로 가면 북한체제는 내부붕괴를 면치 못한다는 게 미국 매파들의 생각이다.그리고 붕괴과정에서 북한이 계속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것이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논리다.지금의 북한 체제가 유지되는 한 핵위협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1차 북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마치 북핵문제의 포로가 된 느낌이다.핵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끝이라는 환상마저 퍼져 있다.북한체제가 지금 이미 브레이크가 걸려 종착역에 들어선 기차처럼 서서히 정지하는 상태라면 어쩔 것인가.
DJ정부 이후 북한의 체제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금기였다.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표결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물론 현 단계에서 우리가 북한의 체제문제를 공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하지만 내부적으로 대비를 하고 관련국들과 비공개로 입장조율에 나설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를 ‘무력을 쓰자는 것이냐.’‘북한의 붕괴를 부추기자는 말이냐.’는 단순논리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무력을 쓰지 않고 외교적인 방법으로도 북한체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인권개선 등 체제의 건강성이 증진되지 않는 한 북핵위기라는 한 부위만 외과수술로 떼내기는 힘들다.문제의 뿌리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보다 근원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북핵 이후’를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기 동 국제부장 yeekd@
2003-04-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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