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품격있는 통합의 정치

[열린세상] 품격있는 통합의 정치

권영설 기자 기자
입력 2003-04-18 00:00
수정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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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이란 용어가 등장한 지도 벌써 서른해나 된다.10년을 끈 베트남전쟁의 수행과정에서 존슨과 닉슨,이 두 대통령을 겨냥한 슐레진저 2세의 그 책이 1973년에 나왔기 때문이다.

국제위기시 의회에 대한 대통령의 잇단 월권행위를 주로 가리킨 이 말뜻이 우리의 경우 국내정치에서 무소불위 권력의 대통령을 가리킨다.그런데 백악관특보 출신의 이 역사학자가 직접 거명한 닉슨은 정작 그 다음해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권좌에서 낙마하게 된다.

제왕수준의 막강한 닉슨을 쫓아내었다면 적어도 더 센 제왕이 아닐 수 없다.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로 대표되는 언론이 바로 그들이었다.그래서 이를 빗대어 ‘제왕적 언론’이라는 낱말이 뒤따라 나왔다.그렇다고 언론제왕이 권력제왕을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요컨대 민주정치와 자유언론이 있는 곳이라면 이들 양자의 대립과 긴장관계는 본질적으로도,현상적으로도 피할 길이 없다.

다만 지금 우리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티격태격은 그런 것만도 아니다.그저 싸움이요,그것마저도 닭싸움의 형국일 뿐이다.규칙과 예의가 있는 힘겨루기를 우리는 운동 또는 스포츠라 부르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싸움이라 함은 물론이다.앞의 것은 정해진 경기장에서,뒤의 것은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벌인다.

한국판 ‘제왕적 언론’ 조·중·동이 정부교체기 새대통령에 으레 할애할 ‘밀월기’ 또는 ‘동맹관계의 단계’는 팽개치고 사사건건 발목잡는 것은 이름값을 못하는 것이라 본다.새대통령 새정부 또한 이보다 나을 게 없다.선거기간에 당연히 생기게 마련인 각종 분열상을 국가사회의 통합으로 이끌어낼 비전을 심는 것이 집권 첫 한두달에 할 과제이지 기자실 폐쇄,가판금지 등 언론개혁의 하부구조와 그 실천방법에다 승부를 걸고 있다면 아예 우선순위가 틀렸다.

거대 야당 한나라당도 대통령취임 겨우 50여일 된 이 시점에,걸맞지도 않은 장관해임건의안으로 으름장을 놓는다면 바로 그 품격이나,지난번 대통령 국회국정연설 때 보인 안면몰수의 의전예양이나 모두 낙제점이라 하겠다.판은 정치일는지 몰라도일어나는 것은 싸움일 뿐이다.

5년전과 10년전 각기 새정부가 들어설 당시 국가사회의 통합수준이 이렇지는 않았다.통합이란 무엇인가.구성원 또는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그런 상태속에서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가 비슷하게 되어 평화롭고 승복도가 높은 사회가 된다.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서로 받아들여 결코 비슷해질 수 없는 이념,역사인식,가치,제도,정책 그리고 인사를 계속한다면 시끄럽고 불만만이 계속될 것이다.

지난 역사를 취임사에서처럼 ‘정의패배,기회주의득세’로 단순화할 수 없듯이,이 나라 국가성립에 대한 풀이도 대통령의 몫이 될 수 없다.이승만 단일정부 노선을 분열주의,그리고 김구 남북통일정부 노선을 민족통합주의로만 본다면 국민이 고르게 승복할 것인가.

대미 외교정책의 기조도,이라크파병 관련 입장도 엎치락뒤치락함에 따라 대통령 스스로가 국론분열을 야기시켰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뿐만 아니라 헌법의 틀을 벗어난 제도개혁들까지도 계속 들먹여지고 있어 통합에 먹구름을 드리우고있다.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로의 세제개혁안,감사원 회계검사의 국회이관,지역내 특정정당에 3분의2이상 의석금지의 선거법개정 등 한둘이 아니다.

모름지기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요악이며 누가 다수자인가를 정하는 차선의 메커니즘일 뿐이다.따라서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자가 내건 모든 것을 국민이 수용했다는 뜻이 아니며 엇비슷한 수의 반대세력도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싸움 아닌 통합정치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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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설 중앙대 교수 헌법학
2003-04-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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