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꽃의 미학

[길섶에서] 봄꽃의 미학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3-04-15 00:00
수정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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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봄날인 데도,마치 하얀 눈이 내리는 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벚꽃을 일본인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빗대어 벚꽃의 마지막 지는 모습을 2차대전 때 일본군 조종사들의 ‘가미카제’로 비유했던 지인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금세 눈이 부시도록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는 듯싶으면,어느새 새파란 잎이 돋아있는 벚꽃이 가장 봄의 정취에 어울리는 꽃이 아닐까 싶다.옛사람들이 사람의 한 평생을 ‘한바탕 긴 봄날의 꿈’으로 여겨 일장춘몽(一長春夢)으로 표현한 데도 안성맞춤인 꽃이다.봄꽃이 비(雨)에 피었다가 바람(風)에 지는 모습을 사람살이에 비유해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가련하다.한 봄날의 일들이,바람과 비 사이를 오가는구나.)’이라고 읊조린 것도 봄꽃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다.

‘바닥 경기’에 이라크전에다 사스공포까지 겹쳐 올봄은 속절없이 가지만,내년 봄은 화사한 봄꽃처럼 밝았으면 싶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3-04-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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