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정/ 대부분 “시원하다” 반전파 “치욕의 날”

국회 표정/ 대부분 “시원하다” 반전파 “치욕의 날”

입력 2003-04-03 00:00
수정 2003-04-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일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표결을 끝내고 국회를 나서는 의원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를 막론하고 대체로 홀가분한 표정이었다.그간의 논쟁이 워낙 치열하고 지루했기 때문인 듯했다.

●찬성파=만족,반대파=승복

‘동의안 통과’ 작전을 주도한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시원하다.”고 입을 연 뒤 “예상보다 압도적으로 통과됐다.민주당의 막판 설득 작업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그러나 박세환 의원은 “예상보다는 찬성 의원 수가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가결은 됐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표결 직후 민주당 김근태,개혁국민정당 김원웅 의원 등 ‘반전·평화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은 성명을 발표,“오늘은 대한민국 국회가 평화의 길을 버리고 전쟁의 길을 선택한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이라크 전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근태 의원은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표결에는 졌지만 뜻에 있어서는 승리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동의안 통과 자체에 대해선 승복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김원웅 의원은 “예상보다 반대표가 적게 나온 것 같다.”면서 “어차피 동의안이 통과된 이상 이제는 한반도 평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그는 기자들이 향후 계획을 묻자 “우선 한숨 돌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중장기 계획으로 “시민사회단체 44인이 제안한 ‘비상국민회의’와 결합해 평화 시위 등의 활동을 해나가겠다.”면서 “이라크 국민을 위해서,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의료구호사업에 정치권이 힘을 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심 끝 기권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도 누구보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자평이었다.이유도 다양했다.수정안을 적극 추진했던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명분 없는 전쟁을 견제하면서도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절충점으로는 의료부대만 파견하는 방안이 최선이었다.”면서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원안 표결에서 기권은 소극적 반대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은 “3일 이후 표결했으면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면서 “이날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파병보다는 언론문제를 과도하게 언급,국회위상을 떨어뜨렸기 때문에 연설 직후 실시한 파병안 처리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차례 입장 번복

언론의 당초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한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언론에 입장표명을 안한 것일 뿐,소신을 버린 적은 한번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 입장이었다가 표결 직전 ‘찬성’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신계륜 의원은 실제 표결에선 반대 표를 던졌다.그는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대통령에게 미안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뿐,소신은 줄곧 반대였다.”고 말했다.그는 “이라크전이 발발한 날 둘째 아들과 TV를 보면서 ‘전쟁은 안된다.’며 반전을 이미 약속했었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역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비쳐졌던 강봉균 의원도 “언론에이러쿵저러쿵 오르내리는 게 싫어 가만히 있었지,소신은 찬성이었다.”고 강조했다.그동안 좀처럼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결국 찬성 표를 던진 추미애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말을 하면 할수록 국제적으로 우리나라가 더 왜소해지는 것 같다.말하고 싶지 않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상연 박정경기자carlos@
2003-04-03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