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지금은 ‘석유전쟁’ 중인데…

[CEO 칼럼] 지금은 ‘석유전쟁’ 중인데…

김주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3-24 00:00
수정 2003-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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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쓰는데…” 생각 버려야 ‘자원빈국'서 무한대 소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테러국 지도자를 응징한다는 표면적인 이유말고도 ‘석유’라는 인류 최고의 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세녹스’라는 유사 휘발유 붐이 일었다.정부는 뒤늦게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기름값 10원이 아쉬운 서민한테는 제품의 단점보다 장점이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무한대의 풍요를 누려오고 있다.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도로에 넘쳐나는 차량들,겨울철 아파트에서 반팔 차림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그리고 매일 헤아릴 수 없이 버려지는 1회용품들….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한국이나 한국인이 기대 이상으로 잘 사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아직도 지구에 이렇게 낭비할 자원이 많이 남아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선진국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절약정신을 체득했다고 한다.우리는 그런 말들을 듣게 되면 ‘으레 하는 이야기’로 치부하거나,적당히 동의하는 선에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나 자신이 그렇게 꼬장꼬장하게 ‘따져 가며’ 사는 데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은 까닭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자원빈국이다.초등학교 시절의 교육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며,산림자원이나 수자원 등 어느 것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게 없다.그런데도 자원 소비는 ‘아쉬울 것이 없는’ 수준이어서 가끔 죄책감이 들게 한다.

더욱이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새롭고 좋은 것만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충분히 쓸 수 있는 물건을 단지 유행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버리고 또 새 것을 찾는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순환구매가 빠르게 이뤄지므로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보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자원 재활용 수준이 높다고 한다.이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듯하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물건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인된 합의가 있는 것이다.쉽게 사고,쉽게 버리는 소비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거의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 구조상 자원 종속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교육을 통해 유행보다 전통과 기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자원 절약은 소비자만의 의무가 아니다.소비자에게만 자원절약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오래 전 자급자족 체제로 돌아가자는 억지주장이 될 수도 있다.기업은 경영상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공익을 우선하는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생산된 제품이 환경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제품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그리고 소비자의 습관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대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자원이 더 많이 재활용되고,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책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또 소비적인 정책보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같은 생산적인 정책에 예산과 인력을 더 많이 지원해 줘야 한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부 국가에 편중된 자원을 아까운 줄 모르고 쓰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어린아이와같다.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자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내 돈 주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따위의 생각은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우리 모두의 생명을 이어주는 귀중한 자원에 사회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김 주 형
2003-03-2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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