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전쟁/시민들 표정...反戰 몸살 경제 걱정 테러 공포

부시의 전쟁/시민들 표정...反戰 몸살 경제 걱정 테러 공포

입력 2003-03-21 00:00
수정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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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일 오전 끝내 이라크를 침공하자 우리 사회 곳곳에도 심상치 않은 후폭풍이 몰려왔다.

시민들은 불안과 우려 속에 시시각각 전쟁 상황을 전하는 언론에 촉각을 기울였고,미 대사관 주변은 이날 밤 늦게까지 반전 촛불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무고한 희생은 최소화돼야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TV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뉴스를 지켜보던 실향민 이광민(66)씨는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를 겪지 않은 젊은이들은 참담함을 모른다.”면서 “무고한 국민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신경림 시인은 “비참하다.”고 말문을 연 뒤 “미국이 이번 전쟁을 마무리하면 세계 여론이 나빠져 오히려 북핵문제에는 유연한 자세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회사원 정희원(23·여)씨는 “전쟁이 혹시 국내 테러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라크에 가족을 둔 사람들은 더욱 마음을 졸였다.‘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인간방패’ 역할을 하며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유은하(29·여)씨의 약혼자 이정기영(27)씨는 “연락이제대로 되지 않아 무사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와 상인들은 물가가 폭등하고 불경기가 이어질 것을 걱정했다.예지동 광장시장에서 한복도매상을 하는 이종임(41·여)씨는 “개시도 못한 상인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조되는 반전·반미 물결

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과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등은 이날 오후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류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이들은 민중연대 오종렬 공동대표,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회원·직장인·대학생·네티즌 등 3000여명이 이날 밤 8시부터 1시간30분 남짓 광화문우체국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촛불집회를 가졌다.22일 오후에는 1만명 이상의 시민이 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반전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요르단에 체류 중인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41) 단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세계 각국의 평화운동가와 함께 요르단·이라크 접경지대로 몰려든 난민 구호 활동과 반전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30여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반전평화기독연대’,‘반전평화 불교대책위’ 등 종교계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반전평화 교회여성연대’ 등 여성계도 잇따라 반전 성명을 냈다. 반면 강영훈 전 국무총리,황장엽 탈북자동지회장 등이 참여한 ‘자유통일국민대회’는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동맹국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적극 참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지난 18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공병·의료·수송 등 한국군의 비전투병 파병에 54.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전투병 파병에는 75.6%가 동의하지 않았다.

●테러 대비 비상경계 강화

경찰은 이날 이팔호 경찰청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미 대사관,미 8군,미 상공회의소 등 미국 관련 시설에 26개 중대 3200여명을 배치하는 등 주요 시설 690여곳의 경비를 강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은 경찰특공대 소속 장갑차를 여객터미널에 배치하고 외곽초소를 3배로 늘리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폭발물 처리반도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구혜영 유영규 이세영 이두걸기자 koohy@
2003-03-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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