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수용 배경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오후 특검법안을 공포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과 참모진은 처음부터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쪽이 우세했다.이 점에서 특검을 반대하는 민주당과는 당초부터 ‘코드’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결정”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제 저녁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대체로 참모진은 특검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청와대의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공식 발표하기 9시간 전인 오전 9시의 상황이다.
이날 임시국무회의는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야간 협상결과를 좀더 지켜보는 차원에서 오후 5시로 연기됐다.노 대통령은 1시간여 계속된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토론 내용을 경청한 뒤 “제 결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며 ‘최종 결심’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도중 ‘민주당 강경파 설득시간이 필요하므로 국무회의를 일단 연기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여는 게 좋겠다.’는 내용의 쪽지가 전달됐으나 노 대통령은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법공포 및 거부권 행사 등 두 가지로 준비된 대국민담화를 무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법공포 사실을 발표했다.
●“동교동계 개의치 않는다”
청와대는 동교동계의 불만도 별로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유인태 정무수석은 최근 “동교동계가 해체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동교동계로부터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이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DJ 및 동교동계와 이참에 결별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대북송금에 대해 특검이 조사를 시작하면 자연히 도태될 사람이 생길 것”이라면서 “당내 비주류이자 소수세력이었던 노 대통령측이 한나라당의 카드로 동교동계를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동교동계 등 당내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새 판을 짠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분과 현실 모두 고려”
만약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의 지루한 대결국면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한나라당은 과반수를 넘는 제1당의 파워를 내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 구속” 등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양보없는 대치국면으로 치닫게 되면,내년 4월의 총선까지 대북송금 특검법 정국이 계속돼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원칙에 따른 정치라는 명분과 여소야대의 현실을 모두 감안해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도 된다.
사실 노 대통령측은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특보 등을 겨냥해 왔다.DJ 측근중 책임을 지려는 인사가 없다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의 불만이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실장이든,임 전 특보든 누구든지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내 책임’이라고 말했으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곽태헌 홍원상기자 tiger@
◈특검법 개정방향.수사전망
특검법 수정에 대한 여야의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구두로 협의했을 뿐 명확한 합의사항을 문서로 남기지 않아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법안의 개정협상 방향
여야는 14일 특검법 공포 직전 대표·총장 라인 등을 통해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막판 협의를 벌였다.여기서 ▲수사기간 축소 ▲북한의 관계 인사와 계좌에 대한 비공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등을 사실상 합의했다고 한나라당 김영일 총장이 전했다.수사기간은 최장 100일로 1차 수사기간 70일에 한 차례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양당이 특검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을 뿐 세부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법안의 명칭과 수사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듯하다.특히 송금절차와 경로에 대한 수사범위,기소 제외 문제에 대해 양측으로부터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검팀 출범 절차
노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식 공포되는 15일 중 대한변호사협회에 특검후보 추천을 의뢰할 예정이다.변협이 이로부터 7일 이내인 21일까지 2명의 특검후보를 추천하면 노 대통령은 사흘 안에 이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변협은 1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추천대상 후보를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은 특검보 2명과 특별수사관 등 수사인력 선발과 사무실 마련 등의 준비를 거쳐 늦어도 다음달 중순 안에 출범할 수 있다.
●특검 후보 하마평
변협이 지난달 말 특검법 제정 이후 전국 지방변호사회 등으로부터 특검후보 추천을 받은 결과 8일까지 모두 17명의 변호사가 추천됐다.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이었던 강원일 변호사,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심재륜 전 고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기자 jj@
◈노대통령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에 대한 특별성명을 낸 뒤 기자들과의 문답 시간을 가졌다.다음은 요지.
●특검이 시작되면 현대의 위장된 자금에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SK 수사로 인해 경제가 불안한데.
대북 송금을 위한 자금조성 과정을 수사하는 것이지 그외 기업 재정상태 일반에 대한 수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특검은 기업투명성 및 분식회계 조사가 아니고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다.그 한계를 잘 지켜줄 것으로 생각한다.언제든지 기업의 불법에 대한 정보는 유출되게 돼 있고,공개된 사실까지 덮으려 하거나 무리하게 수사를 장시간 유보하면 오히려 한국 정책당국의 투명성 의지가 의심받게 된다.
●민주당과의 관계가 미묘해지고,대통령과 정치권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것은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대통령은 소속 정당의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독자적인 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내용상 결과적으로 같기 때문에(민주당안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신뢰를 중시했다.한나라당이 약속했다.약속을 지킬 것이다.한국의 여야가 신뢰관계로 발전,성숙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내가 먼저 믿어야 상대도 믿어주지 않겠나.
●국익 및 남북관계훼손 가능성을 고민한 것으로 아는데.
무엇이 국익이냐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모른다.여러 의혹이 있으나 ‘검은 거래’라는 인식이 있다.당연히 돈을 받은 쪽에 대한 판단도 같은 판단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그쪽이 거래로 생각한 것인지,정당한 대가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수사과정에서 ‘부정거래’로 규정됐을 때 남북 신뢰를 현저히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남북관계가 막히든 안 막히든 외교상 신뢰는 서로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잘될 것이다.정치권을 믿고 공포안에 서명했다.전국민이 ‘조사는 하되,국익에 손상이 없도록 범위를 적절히 제한해 조사하라.’고 바라고 있다.
금방까지 받은 보고에 의하면 그 점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내가 거부권을 행사해 합의가 무효되면 결국 정국 대결상태로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뢰를 존중하는 것이 상황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도 주요 국정현안에서 야당 지도부와 직접 만날 것인가.
수치로 계량해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모자랐는지,길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국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의 뜻이 일방 통행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검법 처리를 놓고 지역간 상반된 시각이 있다.국민통합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거부권을 행사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고,수용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다.
정치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나,지역 정서만 고려해 결정할 수 없다.그렇게 하면 할수록 골이 파이고 대립될 수밖에 없다.
김수정기자 crystal@
◈특검이 풀어야할 의혹
특검기간 동안 특별검사가 밝혀야 할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확인된 것은 현대상선이 2억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것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전자)가 현대건설 런던지점에 1억달러를 송금했고,이 돈이 어디론가 송금됐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5억달러가 전부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이 밝힌 5억달러가 대북송금액의 전부인가 하는 점이다.
야당에서는 10억달러설도 제기한 적도 있고,일부에서는 5억 5000만달러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5억弗 어떻게 모았나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이 가운데 2235억원을 환전,2억달러를 북측에 보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조성경로는 확인된 게 없다.따라서 5억달러를 보냈다면 그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추가로 은행에서 대출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에서 모은 돈인지 구체적으로 확인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기관 개입여부 조사
지금까지 2억달러는 정부가 환전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경로는 나오지 않았다.또 현대전자에서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송금된 1억달러가 이후 어디로 갔는지도 밝혀야 할 내용이다.이외에 나머지 금액의 송금 루트도 풀어야 할 숙제다.공개 여부를 떠나 송금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는지도 특검은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송금경로와 관련,북측 인사의 이름과 북측 계좌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측의 반발에 따른 파장도 예상된다.
●정상회담 대가여부 밝혀야
야당은 정상회담 대가가 아닌가 추궁중이다.그러나 정부와 현대측은 남북경협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돈의 송금이 정상회담용이라면 어떻게 합의가 이뤄졌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만약에 7대사업용이라면 현대측이 북측과의 합의서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시 있었는가
대북송금액의 조성에서 송금까지 누가 관여했는지도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주체가 누구인지는 특검에서 밝혀지겠지만 국내에 없는 인사들이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또 현대에서는 누가 진두지휘했나 등은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송금액 전부 북측으로 전달됐나
조성된 대북송금액이 전부 북측으로 전달됐는지,아니면 다른 용도로 쓰였는지도 관심사다.경영진의 비자금으로 사용되거나 야당이 제기한 것처럼 정치자금으로 뿌려졌다면 수사의 범위는 훨씬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곤기자 sunggone@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오후 특검법안을 공포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과 참모진은 처음부터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쪽이 우세했다.이 점에서 특검을 반대하는 민주당과는 당초부터 ‘코드’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결정”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제 저녁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대체로 참모진은 특검법을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청와대의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공식 발표하기 9시간 전인 오전 9시의 상황이다.
이날 임시국무회의는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야간 협상결과를 좀더 지켜보는 차원에서 오후 5시로 연기됐다.노 대통령은 1시간여 계속된 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토론 내용을 경청한 뒤 “제 결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며 ‘최종 결심’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도중 ‘민주당 강경파 설득시간이 필요하므로 국무회의를 일단 연기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여는 게 좋겠다.’는 내용의 쪽지가 전달됐으나 노 대통령은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법공포 및 거부권 행사 등 두 가지로 준비된 대국민담화를 무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법공포 사실을 발표했다.
●“동교동계 개의치 않는다”
청와대는 동교동계의 불만도 별로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유인태 정무수석은 최근 “동교동계가 해체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동교동계로부터 공식적인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이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DJ 및 동교동계와 이참에 결별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대북송금에 대해 특검이 조사를 시작하면 자연히 도태될 사람이 생길 것”이라면서 “당내 비주류이자 소수세력이었던 노 대통령측이 한나라당의 카드로 동교동계를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동교동계 등 당내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고 새 판을 짠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분과 현실 모두 고려”
만약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의 지루한 대결국면으로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한나라당은 과반수를 넘는 제1당의 파워를 내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 구속” 등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양보없는 대치국면으로 치닫게 되면,내년 4월의 총선까지 대북송금 특검법 정국이 계속돼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원칙에 따른 정치라는 명분과 여소야대의 현실을 모두 감안해 특검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도 된다.
사실 노 대통령측은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특보 등을 겨냥해 왔다.DJ 측근중 책임을 지려는 인사가 없다는 게 노 대통령 측근들의 불만이었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전 실장이든,임 전 특보든 누구든지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내 책임’이라고 말했으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곽태헌 홍원상기자 tiger@
◈특검법 개정방향.수사전망
특검법 수정에 대한 여야의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구두로 협의했을 뿐 명확한 합의사항을 문서로 남기지 않아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법안의 개정협상 방향
여야는 14일 특검법 공포 직전 대표·총장 라인 등을 통해 몇 가지 사안을 놓고 막판 협의를 벌였다.여기서 ▲수사기간 축소 ▲북한의 관계 인사와 계좌에 대한 비공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등을 사실상 합의했다고 한나라당 김영일 총장이 전했다.수사기간은 최장 100일로 1차 수사기간 70일에 한 차례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양당이 특검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을 뿐 세부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법안의 명칭과 수사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듯하다.특히 송금절차와 경로에 대한 수사범위,기소 제외 문제에 대해 양측으로부터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검팀 출범 절차
노 대통령은 특검법이 정식 공포되는 15일 중 대한변호사협회에 특검후보 추천을 의뢰할 예정이다.변협이 이로부터 7일 이내인 21일까지 2명의 특검후보를 추천하면 노 대통령은 사흘 안에 이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변협은 1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추천대상 후보를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은 특검보 2명과 특별수사관 등 수사인력 선발과 사무실 마련 등의 준비를 거쳐 늦어도 다음달 중순 안에 출범할 수 있다.
●특검 후보 하마평
변협이 지난달 말 특검법 제정 이후 전국 지방변호사회 등으로부터 특검후보 추천을 받은 결과 8일까지 모두 17명의 변호사가 추천됐다.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이었던 강원일 변호사,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심재륜 전 고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기자 jj@
◈노대통령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에 대한 특별성명을 낸 뒤 기자들과의 문답 시간을 가졌다.다음은 요지.
●특검이 시작되면 현대의 위장된 자금에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SK 수사로 인해 경제가 불안한데.
대북 송금을 위한 자금조성 과정을 수사하는 것이지 그외 기업 재정상태 일반에 대한 수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특검은 기업투명성 및 분식회계 조사가 아니고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느냐다.그 한계를 잘 지켜줄 것으로 생각한다.언제든지 기업의 불법에 대한 정보는 유출되게 돼 있고,공개된 사실까지 덮으려 하거나 무리하게 수사를 장시간 유보하면 오히려 한국 정책당국의 투명성 의지가 의심받게 된다.
●민주당과의 관계가 미묘해지고,대통령과 정치권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것은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대통령은 소속 정당의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독자적인 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내용상 결과적으로 같기 때문에(민주당안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신뢰를 중시했다.한나라당이 약속했다.약속을 지킬 것이다.한국의 여야가 신뢰관계로 발전,성숙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내가 먼저 믿어야 상대도 믿어주지 않겠나.
●국익 및 남북관계훼손 가능성을 고민한 것으로 아는데.
무엇이 국익이냐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모른다.여러 의혹이 있으나 ‘검은 거래’라는 인식이 있다.당연히 돈을 받은 쪽에 대한 판단도 같은 판단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그쪽이 거래로 생각한 것인지,정당한 대가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의 수사과정에서 ‘부정거래’로 규정됐을 때 남북 신뢰를 현저히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남북관계가 막히든 안 막히든 외교상 신뢰는 서로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잘될 것이다.정치권을 믿고 공포안에 서명했다.전국민이 ‘조사는 하되,국익에 손상이 없도록 범위를 적절히 제한해 조사하라.’고 바라고 있다.
금방까지 받은 보고에 의하면 그 점에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내가 거부권을 행사해 합의가 무효되면 결국 정국 대결상태로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뢰를 존중하는 것이 상황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도 주요 국정현안에서 야당 지도부와 직접 만날 것인가.
수치로 계량해 표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모자랐는지,길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국회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의 뜻이 일방 통행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검법 처리를 놓고 지역간 상반된 시각이 있다.국민통합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거부권을 행사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고,수용해도 절반의 반대가 있다.
정치를 하면서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나,지역 정서만 고려해 결정할 수 없다.그렇게 하면 할수록 골이 파이고 대립될 수밖에 없다.
김수정기자 crystal@
◈특검이 풀어야할 의혹
특검기간 동안 특별검사가 밝혀야 할 내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확인된 것은 현대상선이 2억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것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전자)가 현대건설 런던지점에 1억달러를 송금했고,이 돈이 어디론가 송금됐다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5억달러가 전부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이 밝힌 5억달러가 대북송금액의 전부인가 하는 점이다.
야당에서는 10억달러설도 제기한 적도 있고,일부에서는 5억 5000만달러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5억弗 어떻게 모았나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이 가운데 2235억원을 환전,2억달러를 북측에 보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조성경로는 확인된 게 없다.따라서 5억달러를 보냈다면 그 돈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추가로 은행에서 대출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에서 모은 돈인지 구체적으로 확인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기관 개입여부 조사
지금까지 2억달러는 정부가 환전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경로는 나오지 않았다.또 현대전자에서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송금된 1억달러가 이후 어디로 갔는지도 밝혀야 할 내용이다.이외에 나머지 금액의 송금 루트도 풀어야 할 숙제다.공개 여부를 떠나 송금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했는지도 특검은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송금경로와 관련,북측 인사의 이름과 북측 계좌를 비공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측의 반발에 따른 파장도 예상된다.
●정상회담 대가여부 밝혀야
야당은 정상회담 대가가 아닌가 추궁중이다.그러나 정부와 현대측은 남북경협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돈의 송금이 정상회담용이라면 어떻게 합의가 이뤄졌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만약에 7대사업용이라면 현대측이 북측과의 합의서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시 있었는가
대북송금액의 조성에서 송금까지 누가 관여했는지도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주체가 누구인지는 특검에서 밝혀지겠지만 국내에 없는 인사들이 많아 조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의 지시가 있었는지,또 현대에서는 누가 진두지휘했나 등은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송금액 전부 북측으로 전달됐나
조성된 대북송금액이 전부 북측으로 전달됐는지,아니면 다른 용도로 쓰였는지도 관심사다.경영진의 비자금으로 사용되거나 야당이 제기한 것처럼 정치자금으로 뿌려졌다면 수사의 범위는 훨씬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곤기자 sunggone@
2003-03-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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