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로서 마땅히 준수해야 할 규칙들을 클럽하우스 현관에 붙여 놓은 골프장들이 있다.
정장으로 입장할 것이며,플레이 중에는 깃이 달린 웃옷을 입어야 하고,모자와 허리띠를 착용하라는 기본적인 에티켓을 적어서 붙여 놓은 곳이 많다.더러는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목욕탕 출입을 금지한다는 무시무시한 협박문을 게시한 곳도 있다.또 페어웨이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개월 입장 정지의 징계를 내린다,도박성 내기를 금한다,전반 9홀에서 55타 이상을 기록한 초보골퍼는 연습장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문구가 위용을 자랑하며 걸려 있는 곳도 있다.
나는 골프장에 항의하고 싶다.
옛날에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는 외국대사를 보고,“저렇게 힘든 일을 하인에게나 시키지.”라고 혀를 찬 임금님도 계시다는데,내가 4시간 넘게 뙤약볕 아래에서 곡괭이질을 한 품삯은 누구에게서 받으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비지땀을 쏟아가며 일한 일당도 못 받게 하는 악덕업자를 타도하자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데모를 하고 싶지만,데모 품삯은 또 누구에게 청구해야 할지를 모르겠기에,나는 주위의 눈을 피해서 일당을 버는 방법을 쓴다.
내기를 할 때는 바둑알을 카지노의 칩처럼 쓴다.라운드를 마친 후에,바둑알 하나가 천원이냐,만원이냐를 따지느라 주먹다짐이 일어나고 친구의 의리를 끊는 사건이 발발하기도 하지만,우리의 도박은 쥐도,새도,도깨비 팬티를 입은 캐디도 모른다.
또 있다.왜 문신을 한 사람은 목욕탕에 못 들어가게 하느냐는 말이다.제 몸에 제가 그림 좀 그리고,구멍 뚫어 고리를 걸고,실리콘이나 구슬 박아 넣는데,골프장측에서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골프장은 반성하고,각성하라.
거의 모든 건물에서 실내금연을 실시한다.그러나 실내에서도 구멍에 넣었다 뺀 다음에는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끽연을 한다.실내골프장이라면 이해를 해주겠다.하지만 골프코스는 산좋고 물좋은 야외에 있다.그런 곳에서 구멍에 넣었다 뺀 다음에는 무엇을 하란 말인가.‘쿵쿵따리 쿵쿵’이나 하란 말인가.
나도 아들녀석을 불러놓고는 근엄하게 타이른다.“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귀를 뚫거나 이상한 곳에 이상한 것을 넣을 요량이거든 이 엄마와 상의해야 하느니라.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 섣불리 접근하지도 말 것이며,담배는 건강을 해치고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인이 박이면….”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정장으로 입장할 것이며,플레이 중에는 깃이 달린 웃옷을 입어야 하고,모자와 허리띠를 착용하라는 기본적인 에티켓을 적어서 붙여 놓은 곳이 많다.더러는 몸에 문신이 있는 사람은 목욕탕 출입을 금지한다는 무시무시한 협박문을 게시한 곳도 있다.또 페어웨이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개월 입장 정지의 징계를 내린다,도박성 내기를 금한다,전반 9홀에서 55타 이상을 기록한 초보골퍼는 연습장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문구가 위용을 자랑하며 걸려 있는 곳도 있다.
나는 골프장에 항의하고 싶다.
옛날에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는 외국대사를 보고,“저렇게 힘든 일을 하인에게나 시키지.”라고 혀를 찬 임금님도 계시다는데,내가 4시간 넘게 뙤약볕 아래에서 곡괭이질을 한 품삯은 누구에게서 받으라는 말인지 모르겠다.비지땀을 쏟아가며 일한 일당도 못 받게 하는 악덕업자를 타도하자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데모를 하고 싶지만,데모 품삯은 또 누구에게 청구해야 할지를 모르겠기에,나는 주위의 눈을 피해서 일당을 버는 방법을 쓴다.
내기를 할 때는 바둑알을 카지노의 칩처럼 쓴다.라운드를 마친 후에,바둑알 하나가 천원이냐,만원이냐를 따지느라 주먹다짐이 일어나고 친구의 의리를 끊는 사건이 발발하기도 하지만,우리의 도박은 쥐도,새도,도깨비 팬티를 입은 캐디도 모른다.
또 있다.왜 문신을 한 사람은 목욕탕에 못 들어가게 하느냐는 말이다.제 몸에 제가 그림 좀 그리고,구멍 뚫어 고리를 걸고,실리콘이나 구슬 박아 넣는데,골프장측에서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골프장은 반성하고,각성하라.
거의 모든 건물에서 실내금연을 실시한다.그러나 실내에서도 구멍에 넣었다 뺀 다음에는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끽연을 한다.실내골프장이라면 이해를 해주겠다.하지만 골프코스는 산좋고 물좋은 야외에 있다.그런 곳에서 구멍에 넣었다 뺀 다음에는 무엇을 하란 말인가.‘쿵쿵따리 쿵쿵’이나 하란 말인가.
나도 아들녀석을 불러놓고는 근엄하게 타이른다.“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머리카락을 염색하거나 귀를 뚫거나 이상한 곳에 이상한 것을 넣을 요량이거든 이 엄마와 상의해야 하느니라.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니 섣불리 접근하지도 말 것이며,담배는 건강을 해치고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인이 박이면….”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2003-03-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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