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싫어서 우리음식 만들어요”10대 여학생들 ‘깜찍한 반란’ 슬로푸드 ‘달팽이식당’ 창업

“패스트푸드 싫어서 우리음식 만들어요”10대 여학생들 ‘깜찍한 반란’ 슬로푸드 ‘달팽이식당’ 창업

입력 2003-03-08 00:00
수정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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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개 꼴로 먹던 햄버거가 이상하게 보이네요.고기와 양상추를 다듬은 사람들이 정말 먹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만들었을까요.”

패스트푸드 주 소비층인 10대 여학생들이 ‘슬로푸드’(Slow Food) 식당을 직접 창업하는 ‘깜찍한 반란’을 시도했다.

지난 6일 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서울시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겨울방학동안 센터 식구들의 먹거리를 책임져준 ‘달팽이 식당’을 운영해온 5명의 여학생들이 남은 수익금을 식당 애용자들에게 돌려주는 ‘상환파티’를 열었다.1월14일부터 2월28일까지 하루 12시간의 중노동을 견뎌내며 이들이 번 돈은 220만원.창업자금을 지원해준 회원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주고,센터에 ‘자리값’을 내고도 160만원이 남았다.

이들이 창업한 ‘달팽이식당’에는 이름에서 풍기듯,속도는 느리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뜻이 담겼다.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일환으로,공산품처럼 음식을 판으로 찍어내 맛을 표준화시키고 전통 음식문화를 파괴하는 패스트푸드의 상대 개념이다.

장보기,재료 다듬기,요리 만들기,설거지로 이어지는 육체노동은 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카레·짜장·미역·멸치·오이 등 온갖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정성껏 만들었지만 “맛이 없다.”거나 “너무 늦게 나온다.”며 다그치는 냉정한 손님들 때문에 눈물을 쏙 빼기 일쑤였다.

그래서 새롭고 독창적인 메뉴를 만들기로 했다.레몬·백련초·모과를 꿀과 섞어 각종 차를 직접 만들었다.평생 처음 해 본 일은 아이들을 변화시켰다.아레스(전수재·18)는 “음식과 내 몸의 관계,음식을 통한 환경,지역사회 운동 등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젠 거의 매일 들르던 패스트푸드점이 낯설어졌다는 아이들은 “교육·문화·음식 등 모든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소비만 강요되는 우리 세대도 뭔가 의미있는 것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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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상기자 ukelvin@
2003-03-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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