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홍콩누아르 21일 개봉 ‘무간도’

다시 돌아온 홍콩누아르 21일 개봉 ‘무간도’

입력 2003-02-12 00:00
수정 200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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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도시,엇갈릴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가슴은 따뜻하지만 조직에서는 비정한 남자들….영화 ‘무간도’(無間道·21일 개봉)는 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영웅본색’류의 영화에 열광한 30대 관객이라면 분명 아련한 회상에 잠길 수 있을 듯.

영화는 쌍둥이처럼 닮은 두 스파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경찰학교에서 훈련받다가 발탁된 진영인(량차오웨이·梁朝偉)은 범죄조직 삼합회에 십년째 위장잠입해 있다.그의 정체를 아는 건 경찰국장뿐.반면 삼합회의 조직원 유건명(류더화·劉德華)은 열 여덟살 때부터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갔고,그의 정체는 역시 보스만이 안다.

여기서부터 선악의 경계는 어그러진다.각각의 조직에서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둘은,심한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린다.경찰이지만 동시에 조직원이고,조직원이지만 동시에 경찰인 그들.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에 의해 위치가 정해진 둘은,결국 거대한 구조에 희생당하는 비운의 영웅들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갖는 것은바로 이 지점.영화는 결코 정체가 탄로나면서 선한 경찰이 승리하는 대결구도로 가지를 뻗지 않는다.오히려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경찰국장은 삼합회에 의해 살해당하고,내심 경찰이 되기를 바랐던 유건명은 조직의 보스를 죽인다.“난 경찰이오.”라고 항변하는 영인의 외침은 공중으로 증발하고,결국 서로의 존재를 아는 둘만 남는 것.

마지막에 이르면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영원히 자신의 위치에 머문다.그리고 아무도 그가 스파이였는지 모른다.그렇게 무심한 세상은 흘러가고,비극도 희극도 아닌 영화는 종결된다.개운하지는 않지만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홍콩 누아르만이 가진 비장미라 할 만하다.

홍콩 누아르를 답습했다지만 스타일은 훨씬 매끄럽다.왕자웨이와 주로 작업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총 촬영지휘를 맡아,별스러운 특수효과 없이 청색빛 감도는 도시의 서늘함을 유려하게 잡아냈다.두 주연배우의 연기 대결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내면의 혼란을 냉철함으로 감추는 류더화,불평불만을터뜨리며 약간 촐싹대는 량차오웨이.두 모습 다 매력적이다.

무간(無間)은 무간지옥(無間地獄)을 뜻하는 불교용어.18개의 지옥층 중 가장 낮은 층의 고통스러운 지옥을 뜻한다.영화에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상태를 상징한다.‘풍운’‘동경용호투’의 류웨이창(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3-02-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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