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자가 추적한 ‘그들에 대한 궁금증'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대로,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면 부자(富者)는? 백만장자,억만장자도 외계 어느 곳에서 온 생명체는 아닐까.
동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코니프의 ‘부자’(이상근 옮김,까치 펴냄)는 그 오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책이다.먼저 결론.부자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지배적인 종(種)이란 주장이다.이름하여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Homo sapiens pecuniosus,부자).
학계의 동의를 거친 공식 학명이 아닌 이상 책 속에 지은이의 주관이 완전 배제될 수는 없다.그러나 시대를 풍미한 유명 거부들을 실제사례로 들어가며 그들의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에는 동물·사회학 이론이 과학적 근거로 두루 제시됐다.
오늘날의 부자가 무려 3000만년에 걸쳐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뤄온 결과물이란 논리는 무엇보다 흥미롭다.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의 유인원 시절부터 특정 계층은 사회적 지위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는 것.영장류 중에서도 정치적인 종으로 꼽히는 침팬지의 세계만 봐도 그렇다.
주목할 대목은,영향력 있는 개체들이 음식과 재원을 나눔으로써 위신과 하위등급 개체들의 지지를 축적하려 한다는 점.사회적 특권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는 풀이다.
동물학자인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부자학’의 논리는 한층 더 견고해진다.예컨대,부자들의 ‘낭비적인’ 과시행동도 영장류들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는 진화심리학적인 견해.마릴린 먼로가 손을 입술에 갖다댔다가 ‘쪽’소리를 내며 날리는 키스는 침팬지의 유화(宥和)제스처와 흡사하다.목 부분의 화려한 프릴을 과장되게 강조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의상도 마찬가지.목 둘레에 긴 털이 있는 마다가스카르산 여우원숭이와 신기하게 닮았다.
세계적 부자들이 줄줄이 연구대상에 올랐다.폴 게티,테드 터너,빌 게이츠,록펠러 1세,J P 모건,래리 엘리슨 등.
부자의 개념정의와 관련한 여러 제언들도 책의 흥미를 드높인다.부자의 상징단어인 ‘백만장자’도 서둘러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주장이 그중 하나.현재 미국에만도 500만 달러의 부자가 59만명,2004년까지는 39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조사치를 들이민다.
부자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십중팔구가 돈에는 별로 관심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책은 이를 “위대한 전통을 가진 거짓말”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난감해진다.돈에 대한 관심을 있는 대로 까발리는 로또복권 열풍은 어떻게 설명될지.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에도 들지 않는,전혀 새로운 개념의 ‘신인류’란 걸까.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대로,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면 부자(富者)는? 백만장자,억만장자도 외계 어느 곳에서 온 생명체는 아닐까.
동물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코니프의 ‘부자’(이상근 옮김,까치 펴냄)는 그 오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는 책이다.먼저 결론.부자는 보통사람들과 다른 지배적인 종(種)이란 주장이다.이름하여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Homo sapiens pecuniosus,부자).
학계의 동의를 거친 공식 학명이 아닌 이상 책 속에 지은이의 주관이 완전 배제될 수는 없다.그러나 시대를 풍미한 유명 거부들을 실제사례로 들어가며 그들의 세계를 규명하는 작업에는 동물·사회학 이론이 과학적 근거로 두루 제시됐다.
오늘날의 부자가 무려 3000만년에 걸쳐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뤄온 결과물이란 논리는 무엇보다 흥미롭다.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의 유인원 시절부터 특정 계층은 사회적 지위와 신분상승을 꿈꾸는 욕망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는 것.영장류 중에서도 정치적인 종으로 꼽히는 침팬지의 세계만 봐도 그렇다.
주목할 대목은,영향력 있는 개체들이 음식과 재원을 나눔으로써 위신과 하위등급 개체들의 지지를 축적하려 한다는 점.사회적 특권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는 풀이다.
동물학자인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부자학’의 논리는 한층 더 견고해진다.예컨대,부자들의 ‘낭비적인’ 과시행동도 영장류들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는 진화심리학적인 견해.마릴린 먼로가 손을 입술에 갖다댔다가 ‘쪽’소리를 내며 날리는 키스는 침팬지의 유화(宥和)제스처와 흡사하다.목 부분의 화려한 프릴을 과장되게 강조한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의상도 마찬가지.목 둘레에 긴 털이 있는 마다가스카르산 여우원숭이와 신기하게 닮았다.
세계적 부자들이 줄줄이 연구대상에 올랐다.폴 게티,테드 터너,빌 게이츠,록펠러 1세,J P 모건,래리 엘리슨 등.
부자의 개념정의와 관련한 여러 제언들도 책의 흥미를 드높인다.부자의 상징단어인 ‘백만장자’도 서둘러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주장이 그중 하나.현재 미국에만도 500만 달러의 부자가 59만명,2004년까지는 39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조사치를 들이민다.
부자들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십중팔구가 돈에는 별로 관심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다.책은 이를 “위대한 전통을 가진 거짓말”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면,난감해진다.돈에 대한 관심을 있는 대로 까발리는 로또복권 열풍은 어떻게 설명될지.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페쿠니오수스’에도 들지 않는,전혀 새로운 개념의 ‘신인류’란 걸까.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0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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