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학예사 풍속 연구/도박,조선시대 투전 성행. 양반 쌍륙·골패 즐겨

유승훈학예사 풍속 연구/도박,조선시대 투전 성행. 양반 쌍륙·골패 즐겨

입력 2003-02-03 00:00
수정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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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카지노에서 며칠전 2억 5000만원짜리 ‘잭팟’이 터졌다는 소식이다.또 지난주에는 당첨금이 200억원이 넘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로또’를 사느라 숱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카지노도,로또도 국가가 합법화한 일종의 도박이다.그러나 조선시대에 도박은 불법이었다.고종 28년(1891년)에 영의정 심순택은 “도박한 사람은 죄가 무거우면 효수하고 가벼우면 형장을 쳐서 귀양 보내겠다.”고 보고했다.도박의 확산에 따른 병폐가 그만큼 극심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금(禁)도박’정책에도 불구하고 노름은 근절되지 않았다.유승훈 서울시 문화재과 학예연구사는 그 이유를 “도박이 공식적인 놀이로서 허용되기도 했기 때문에 완전한 규제를 이룰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심지어 조선의 왕들도 연말·연초에는 공식적으로 도박을 했다.따라서 도박은 오락성·투기성의 이중성과,금도박 정책의 사각지대를 따라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렇듯 조선후기의 도박풍속을 연구한 유 학예사의 ‘투전고’(鬪錢考)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민속학연구’제11호에 실렸다.

조선 시대 도박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는 다산 정약용의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 기록한 대로 ‘목민관의 책무 가운데 하나가 투전으로 빚을 진 백성의 시름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여유당전서’에서는 ‘저포(쌍륙)놀이로 3000전을 따서 기생들에게 뿌려주며 즐겁게 논 일’을 회상했다.다산 개인의 치부가 아니라,상가에서 고스톱을 치면서 밤 새우는 것이 윤리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처럼,당시 사대부에게는 보편적인 일상이었을 것이라고 유 학예사는 해석한다.

쌍륙이나 골패를 양반가에서 주로 즐겼다면 투전은 가장 대중적이고 남성적인 도박이었다.‘투전에 손대면 친구도 몰라본다.’고 쉽게 큰 돈이 오갔고,골몰하는 사람이 많았다.

투전은 중국에서는 투패(鬪牌)·투엽(鬪葉)이라고 한다.작은 손가락 너비에 길이 15㎝ 정도 크기로 한면에 인물이나 새·짐승·벌레·물고기 등의 그림이나 글귀로 끗수를 표시했다.60장,80장이 한 벌이 되기도 했지만,40장을 쓰는 투전이 가장 성행했다.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투전은 숙종대 장희빈의 당숙인 역관 장현이 중국의 마조(馬弔)를 바탕으로 고안했다.장씨 집안의 역모에 연루된 장현이 옥중에서 만들었다는 것.

투전은 그러나 처음엔 투기성 강한 도박이 아니었다고 한다.수투전(數鬪錢)은 돈내기라기보다는 우열·승부를 결정하는 놀이로 양반들이 많이 즐겼다.

그러나 규칙이 간소화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도박시장’을 잠식했다.최남선은 “인텔리성인 수투전이 망각당하고,기호적인 투전이 도박판을 독단하고 있음은 결국 대중성의 승리”라고 표현했다.투전놀이 가운데 끗수로 순위를 정하는 ‘돌려대기’는 ‘섯다’로,‘우등뽑기’ 또는 ‘단장대기’는 ‘짓고땡’으로 오늘날 화투에 이어지고 있다.

유 학예사는 “그동안 민속놀이 연구가 생산과 결합된 놀이나 대동놀이에 치우쳤다.”면서 “민속놀이의 부정적 성격까지 밝힘으로써 전체적인 놀이문화의 성격을 규명코자 했다.”고 도박을 연구과제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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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기자 dcsuh@
2003-02-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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