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겨울 냉면

[길섶에서] 겨울 냉면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1-16 00:00
수정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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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 ‘일부러’ 냉면집을 찾았다.꽤 알려진 집이었는데도 손님들이 뜸했다.동료들은 “겨울에 무슨 냉면이냐.”며 핀잔을 준다.모르시는 말씀.냉면은 원래 겨울음식이다.꿩육수나 동치미에 말아낸 평양냉면은 더욱 그렇다.평안도 실향민들은 어릴 적 솜이불 뒤집어쓰고 먹던 그 냉면 맛을 아직도 못 잊어한다.

방구들이 뜨거워 엉덩이를 들썩이면서도 어깨는 으슬으슬 한기를 느끼고,국수를 삶아낸 메밀 육수를 호호 불어 마시며,시린 이를 녹여낸다.평양냉면만이 만들어내는 진풍경이랄까.냉기(冷氣)와 열기가 한꺼번에 어울려,추위로 잔뜩 움츠렸던 몸속의 기운을 단시간내에 충전시키기 위함인가.이한치한(以寒治寒)보다 한 수 위다.

옛 문헌 ‘동국세시기’에도 냉면을 겨울음식으로 기록하고 관서지방(평안도) 것을 최고로 쳤다.하지만 평양냉면도 겨자와 식초를 적당히 쳐야 제맛이 난다.어느 때부터 양념을 쳤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치면 오히려 냉면 맛을 버린다.과유불급(過猶不及).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3-01-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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