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의약분업이 불편하다?

[열린세상] 의약분업이 불편하다?

양봉민 기자 기자
입력 2003-01-16 00:00
수정 200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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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의약분업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대선 기간 동안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도 의약분업은 그 자체로선 좋은 제도이나 우리네 분업정책은 문제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을 했다.국제사회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우리네 의약분업제도의 도입이 국내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데는 나름대로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하나는 분업 실시 이후 국민부담이 가중됐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더 불편하면서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정책 자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분업실시에 따른 의료계와 약계의 불만을 고스란히 국민의 경제적 추가부담으로 전가시켰다는 점에서 분업정책은 분명 문제를 안고 있는 정책이었다.이것은 분업을 경제정책으로 보지 않고 보건의료정책으로만 국한시켜온 정부의 편협된 시각과 결부돼 있으며,향후 이러한 실패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교훈을 안겨주는 아픈 경험이다.그러나 국민불편의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국민이 불편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의약분업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인식과 평가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왜냐하면 의약분업은 무엇보다도 국민불편을 대전제로 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의사와 약사의 역할이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속에서 그동안 우리 국민은 너무 손쉽게 수많은 약을 구매,복용해 왔으며,많은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듯이 그래서 우리의 의약품 오·남용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았던 것이다.의약분업은 약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목적을 가지는 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업제도는 어느 정도의 국민불편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의약분업은 약 사용에 있어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듦으로서 약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인 셈이다.분업제도를 통해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분업의 목적은 물론 아니다.국민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도 국민을 약의 오·남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았겠으나 불행히도 그런 묘안은 존재하지 않는다.약의 오·남용의 가장 큰 원인이 너무 쉽게 모든 종류의 약에 접근할 수 있었던 잘못된 관행이었기 때문에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약에 대한 지나치게 쉬운 접근을 불편이란 매개체를 통해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약 구매가 지나치게 손쉬운,그래서 문제가 있었던 이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분업제도의 도입이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 불편은 처음부터 의도됐으며,우리 자신의 건강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우리 소비자는 다시금 이해해야만 한다.이것은 마치 질병으로부터 회복되기 위해 힘든 검사를 받고,쓴 약을 먹고,아픈 주사를 참고서 맞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이러한 불편함의 부담 없이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듯이 불편의 감내 없이 오·남용을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약분업에 따른 우리네 불편이 굳이 불편이라고 한다면 이런 불편은 분업이 정착된 대다수 선진국의 국민들도 똑같이 겪는 불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들은 우리네가 정책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불편을 불편으로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관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들 선진국 사람들에게 이전 우리의 지나치게 편한 약 구매 관행을 얘기해 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이 아직도 그 정도의 수준이었나?’라고 눈을 크게 뜨고 반문할 것이다.세계보건기구와 선진 여러나라가 우리의 의약분업제도 도입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구태를 개선하려는 우리네 노력이 매우 값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 봉 민
2003-01-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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