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과 일본 원판 ‘링’이 개봉된 지 3년만에 할리우드판 ‘링’(The Ring·내년 1월10일 개봉)이 도착했다.검고 긴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린 소복의 귀신,우물에 빠져 죽은 원한 맺힌 영혼….다분히 동양적인 정서를 할리우드에서는 어떻게 그려냈을까.할리우드판과 일본판의 비교를 통해,동·서양이담아낸 서로 다른 공포의 우물 속을 휘저어 본다.
◆귀신 이야기 vs 죽음의 이미지
할리우드판은 일본판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빌려왔다.한 여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조카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산장에서 소문의 비디오를 보게 되고,7일간 비밀을 캐러다니다 억울하게 우물에 빠져 죽은 소녀를 발견한다는 뼈대는 같다.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방식 때문.우선 일본판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여고생 사이의 귀신 소문을 이야기 전개의 매개로 활용한다.특히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하면안 죽는대.”라는 대사는 익숙하다.비밀을 푸는 열쇠로 활용되는 희미한 소리와 비디오 화면의 떠다니는 글자 역시 일본판의특색이다.
반면 할리우드판은 7일간 각각 찾아오는 죽음의 징조에 초점을 맞췄다.마치 ‘세븐 사인’처럼 성서적 종말의 코드로 공포를 부르는 것.비밀을 푸는 열쇠 역시 글이나 소리보다는 이미지다.비디오 내용도 더욱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넘실댄다.무의식적으로 사진의 얼굴을 볼펜으로 마구 긋는 장면,마치 ‘식스 센스’처럼 죽음을 예감하듯 그림을 그리는 아들의 모습,영화 전반에흐르는 강렬한 색채 등은 원판의 무채색 공포와 달리,마치 살아 꿈틀대는 생물 같은 공포를 영상화한다.
◆동양적 직관 vs 서양적 추리
비밀을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일본판은 신통력에 의존하는 반면,할리우드판은 논리적 추론이 압도적이다.비디오 속 영상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서서히 비밀의 장소에 다가서다 보니 러닝타임이 일본판보다 20여분 길어졌다.집요하게 추적하는 할리우드식 스릴러의 재미를 가미한 것.주인공인 여기자 모습에도 다른 세계관을 반영한다.일본의 레이코는 겁에 질린 채 떨면서 전남편의 도움을 받는 약한 존재이지만,죽은 시체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모성을가진 여성으로 표현된다.하지만 할리우드의 레이첼은 독립심이 강하고 주도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여전사 타입.
◆할리우드판만이 가진 매력
그밖에도 할리우드의 ‘링’은 색다른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특히 산장주인,정신병원 직원의 감초연기는 극도의 긴장을 반복적으로 이완시켜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갑자기 바람이 불어 깊은 우물에 빠지는 등 액션 어드벤처의 느낌도 담았다.일본판의 열렬한 팬이라면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더 가슴 졸이며 감상할 수 있을 듯.미국에서는 역대공포영화 가운데 흥행 성적 8위를 기록했다.‘멕시칸’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나오미 왓츠·마틴 헨더슨 주연.
김소연기자 purple@
◆귀신 이야기 vs 죽음의 이미지
할리우드판은 일본판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빌려왔다.한 여기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조카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산장에서 소문의 비디오를 보게 되고,7일간 비밀을 캐러다니다 억울하게 우물에 빠져 죽은 소녀를 발견한다는 뼈대는 같다.하지만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방식 때문.우선 일본판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여고생 사이의 귀신 소문을 이야기 전개의 매개로 활용한다.특히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하면안 죽는대.”라는 대사는 익숙하다.비밀을 푸는 열쇠로 활용되는 희미한 소리와 비디오 화면의 떠다니는 글자 역시 일본판의특색이다.
반면 할리우드판은 7일간 각각 찾아오는 죽음의 징조에 초점을 맞췄다.마치 ‘세븐 사인’처럼 성서적 종말의 코드로 공포를 부르는 것.비밀을 푸는 열쇠 역시 글이나 소리보다는 이미지다.비디오 내용도 더욱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넘실댄다.무의식적으로 사진의 얼굴을 볼펜으로 마구 긋는 장면,마치 ‘식스 센스’처럼 죽음을 예감하듯 그림을 그리는 아들의 모습,영화 전반에흐르는 강렬한 색채 등은 원판의 무채색 공포와 달리,마치 살아 꿈틀대는 생물 같은 공포를 영상화한다.
◆동양적 직관 vs 서양적 추리
비밀을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일본판은 신통력에 의존하는 반면,할리우드판은 논리적 추론이 압도적이다.비디오 속 영상을 하나하나 추적하면서 서서히 비밀의 장소에 다가서다 보니 러닝타임이 일본판보다 20여분 길어졌다.집요하게 추적하는 할리우드식 스릴러의 재미를 가미한 것.주인공인 여기자 모습에도 다른 세계관을 반영한다.일본의 레이코는 겁에 질린 채 떨면서 전남편의 도움을 받는 약한 존재이지만,죽은 시체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모성을가진 여성으로 표현된다.하지만 할리우드의 레이첼은 독립심이 강하고 주도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여전사 타입.
◆할리우드판만이 가진 매력
그밖에도 할리우드의 ‘링’은 색다른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특히 산장주인,정신병원 직원의 감초연기는 극도의 긴장을 반복적으로 이완시켜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갑자기 바람이 불어 깊은 우물에 빠지는 등 액션 어드벤처의 느낌도 담았다.일본판의 열렬한 팬이라면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더 가슴 졸이며 감상할 수 있을 듯.미국에서는 역대공포영화 가운데 흥행 성적 8위를 기록했다.‘멕시칸’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나오미 왓츠·마틴 헨더슨 주연.
김소연기자 purple@
2002-12-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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