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도대체 누가 앞서고 있습니까.○○○가안 되면 이민 가겠습니다.”
16대 대통령 선거전이 중반전에 돌입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다.전화를 건 사람은 “×××가 되면 앞으로 5년간 어떻게 눈뜨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면서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말했다.아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게 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민 가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야릇한 감정이 교차했다.80년대 후반과 90년대 민주화세력이 YS,DJ 등으로 나뉘고,지역으로 갈리고,민주-반민주의 구도로 갈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을 할 때 쓰였던 말이 탈정치의 시대에도 여전히 회자된다는 것에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정치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아직도 그런 열정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한편으로는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통치자가 됐다고 해서 이민을가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닥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내가 받은 전화 목소리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이었다.신세대로 대변되는 네티즌도 아니고 50대 이상의 보수층도 아닌 이른바 ‘낀 세대’다.
이민 가겠다는 말에는 대통령이면 임금님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왕조시대의 의식이 깔려있는 건 아닌지.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 시절의 대통령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닐듯싶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승자전취(勝者全取)’ 의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변화의 양상은 선거전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가 조용히 치러진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대규모 거리유세를 위한 청중동원,후보자를 소개하는 벽보·전단이 넘쳐나는 것이 우리가 보아왔던 선거운동이다.그러나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금품살포 등 불법·타락선거도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선거중반에 도청설 등 폭로전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근거없는 흑색선전이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문화가 이렇게 바뀌게 된 일등공신은 인터넷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없다.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사이버망은 불법,타락선거의 무서운 감시자가됐다.네티즌에게 잘못이 적발되면 인터넷이 가진 무한한 복제력은 이 사실을 즉각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사정이 이럴진대 과연 누가 허튼짓을 하겠는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자.대통령선거를 15번 치르면서 알게 모르게 민(民)의 힘은 커졌다.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속시키고,전직 대통령을재판정에 세운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국민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다.
우리들에겐 또 선거라는 제도가 있다.선량을 뽑는 국회의원선거,지역일꾼을 뽑는 지자체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이제 끝났다.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치는 끝나고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또는 그 반대로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수 있다.그러나 자신이 한표를 준 후보가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앞에서 본 것처럼 당신에게도 많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결과도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다.민심의결집이 바로 선거결과다.정치인들에게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 화살을이제 우리에게 돌려야 한다.열심히 욕한 우리,이제 이민가지 말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자.
임태순 사회교육팀장
16대 대통령 선거전이 중반전에 돌입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전화다.전화를 건 사람은 “×××가 되면 앞으로 5년간 어떻게 눈뜨고 살아갈 수 있겠느냐.”면서 “나라를 떠나야겠다.”고 말했다.아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게 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민 가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야릇한 감정이 교차했다.80년대 후반과 90년대 민주화세력이 YS,DJ 등으로 나뉘고,지역으로 갈리고,민주-반민주의 구도로 갈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을 할 때 쓰였던 말이 탈정치의 시대에도 여전히 회자된다는 것에 약간 당혹감을 느꼈다.정치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아직도 그런 열정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한편으로는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통치자가 됐다고 해서 이민을가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 닥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내가 받은 전화 목소리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이었다.신세대로 대변되는 네티즌도 아니고 50대 이상의 보수층도 아닌 이른바 ‘낀 세대’다.
이민 가겠다는 말에는 대통령이면 임금님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왕조시대의 의식이 깔려있는 건 아닌지.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위주의 시절의 대통령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닐듯싶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승자전취(勝者全取)’ 의식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변화의 양상은 선거전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가 조용히 치러진 것에 대해 깜짝 놀랐다.대규모 거리유세를 위한 청중동원,후보자를 소개하는 벽보·전단이 넘쳐나는 것이 우리가 보아왔던 선거운동이다.그러나이번 선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금품살포 등 불법·타락선거도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선거중반에 도청설 등 폭로전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수그렸다.근거없는 흑색선전이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문화가 이렇게 바뀌게 된 일등공신은 인터넷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없다.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사이버망은 불법,타락선거의 무서운 감시자가됐다.네티즌에게 잘못이 적발되면 인터넷이 가진 무한한 복제력은 이 사실을 즉각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사정이 이럴진대 과연 누가 허튼짓을 하겠는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자.대통령선거를 15번 치르면서 알게 모르게 민(民)의 힘은 커졌다.비리를 저지른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속시키고,전직 대통령을재판정에 세운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국민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이러한 일은 불가능했다.
우리들에겐 또 선거라는 제도가 있다.선량을 뽑는 국회의원선거,지역일꾼을 뽑는 지자체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이제 끝났다.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치는 끝나고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또는 그 반대로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수 있다.그러나 자신이 한표를 준 후보가 떨어졌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앞에서 본 것처럼 당신에게도 많은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결과도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다.민심의결집이 바로 선거결과다.정치인들에게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그 화살을이제 우리에게 돌려야 한다.열심히 욕한 우리,이제 이민가지 말고 책임을 지고 살아가자.
임태순 사회교육팀장
2002-12-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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