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H(여)씨는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핑계를 대고 1년간 휴직을 했다.둘째딸(5)이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병원에 갔더니1∼2개월만이라도 엄마가 함께 있어주면 자연 치료되는 일종의 ‘애정결핍증’이라고 했기 때문이다.H씨는 1∼2개월 휴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으나법으로 보장된 육아휴직(만 1세까지)은 딸의 나이가 많아 대상이 되지 않았다.사규에도 딸 간병을 위해 휴직할 수 있는 조항은 없었다.고심 끝에 학업을 이유로 휴직할 수 있는 사규의 적용을 받기 위해 대학원 입학허가서와 함께 1년 휴직계를 제출했다.
H씨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얼마 전 인천에서 발생한 어느 강력부 검사 부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가족간호휴가제만 제대로 활용했더라도 그같은 비극을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남편은 밤낮없는 격무에 시달리느라 집안 일에 소홀했고,부인은 남편에게 누가 될까봐 발병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1994년 말에 개정된 국가공무원법 71조는 가족의 간병을 위해 최고 1년까지 무급휴직을 허용하고 있으며,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처분을 주지 않도록규정하고 있다.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가족이나 부모가 병이라도 나면 간병이 큰 골칫거리가 된다.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특히 여성에게그 부담이 떠넘겨진다.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세계 13위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1년 현재 48.8%에 불과하다.미국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2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하루 1시간 정도 가사일을 돕는 남편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가사의 부담이 온통 여성에게 집중된탓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4세 61.5%,25∼29세 57.7%에서 30∼34세 48.8%로 뚝 떨어지는 것도 육아 및 간병 등 가사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지난 1998년에 실시한 ‘여성 취업태도’ 설문조사에서 ‘가정일에 상관없이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응답이 30.4%에 불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여성 가구주의 비율도 2000년 18.5%로 25년만에 5.7%포인트 늘었으나 마음놓고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육아휴직제가 법제화됐지만 휴직을 백안시하는 사회 풍조와 월 20만원에 불과한 낮은 지원금 때문에 별다른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당시 가족 간호를 위해 최고 3개월간 무급으로 휴직할 수 있는 ‘가족간호휴직제’의 도입도 추진됐으나 재계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다.결국 H씨의 사례에서 보듯 1∼2개월만 휴직하면 될 일이 제도 미비로 1년으로 늘어나면서 회사도 개인도 손해을 보는 결과를 낳았다.
여성이 훌륭한 어머니와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좋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가족간호휴가제는미국과 스웨덴 등 30여개국에서 법제화돼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5년공무원에 대해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300인 이상 민간 기업의 12.4%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임의로 시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 문제는 출산 장려금 지급 등지원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도 꾸려갈 수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일본이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성들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때문이라는 선진국들의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득정 논선위원 djwootk@
H씨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얼마 전 인천에서 발생한 어느 강력부 검사 부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가족간호휴가제만 제대로 활용했더라도 그같은 비극을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남편은 밤낮없는 격무에 시달리느라 집안 일에 소홀했고,부인은 남편에게 누가 될까봐 발병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지난 1994년 말에 개정된 국가공무원법 71조는 가족의 간병을 위해 최고 1년까지 무급휴직을 허용하고 있으며,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처분을 주지 않도록규정하고 있다.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가족이나 부모가 병이라도 나면 간병이 큰 골칫거리가 된다.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배우자,특히 여성에게그 부담이 떠넘겨진다.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세계 13위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1년 현재 48.8%에 불과하다.미국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2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하루 1시간 정도 가사일을 돕는 남편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가사의 부담이 온통 여성에게 집중된탓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24세 61.5%,25∼29세 57.7%에서 30∼34세 48.8%로 뚝 떨어지는 것도 육아 및 간병 등 가사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지난 1998년에 실시한 ‘여성 취업태도’ 설문조사에서 ‘가정일에 상관없이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응답이 30.4%에 불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혼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여성 가구주의 비율도 2000년 18.5%로 25년만에 5.7%포인트 늘었으나 마음놓고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육아휴직제가 법제화됐지만 휴직을 백안시하는 사회 풍조와 월 20만원에 불과한 낮은 지원금 때문에 별다른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당시 가족 간호를 위해 최고 3개월간 무급으로 휴직할 수 있는 ‘가족간호휴직제’의 도입도 추진됐으나 재계의 반대로 입법화되지 못했다.결국 H씨의 사례에서 보듯 1∼2개월만 휴직하면 될 일이 제도 미비로 1년으로 늘어나면서 회사도 개인도 손해을 보는 결과를 낳았다.
여성이 훌륭한 어머니와 며느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좋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가족간호휴가제는미국과 스웨덴 등 30여개국에서 법제화돼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5년공무원에 대해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300인 이상 민간 기업의 12.4%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임의로 시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 문제는 출산 장려금 지급 등지원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정도 꾸려갈 수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주어야 한다.일본이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성들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때문이라는 선진국들의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득정 논선위원 djwootk@
2002-12-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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