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선 넘는 日 ‘北혐오증’

황성기 특파원의 도쿄 이야기/선 넘는 日 ‘北혐오증’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2002-12-02 00:00
수정 200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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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은 만경봉호에 실려간 쌀과 건빵이 북녘 곳곳에 배급되고 있을지 모른다.식량이 제대로 나눠진다면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는 요긴한 몇 끼니가될 것이다.일본에서 건너간 식량이다.북한과 일본 관계가 납치로 꽁꽁 얼어붙은 마당에 웬 식량원조인가 하겠지만 분명 이들 식량을 실은 만경봉호는지난달 26일 일본 니가타(新潟)항을 떠났다.

외무성의 외곽단체 ‘일본외교협회’가 도쿄도를 비롯한 전국 30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은 것들이다.세계 난민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는 외교협회는 지난 여름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구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고는 폐기 직전의 비상식량을 지자체들로부터 모았다.그렇게 해서 유통기한(5년)이 임박한 쌀,건빵 40만끼니분이 만경봉호에 선적돼 북한으로 갔다.

그러나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섬뜩한 폭언을 서슴지 않는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이런 대북 지원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그는 도쿄도가 이런 비상식량을지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듯 지난 29일에서야 입을 뗐다.

그는 “납치 문제로 국민 전체가 분노하고 있는 지금,외무성 외곽단체가 (정부의 외교)노력을 무시하고 제 정신이냐.”고 분개했다.그는 “국회에서도 문제삼아야 한다.”며 도청 창고에 있는 비상식량을 다시는 북한에 지원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를 시인한 이후 일본의 우파 언론과 황색매스컴의 ‘북한 때리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북한을 통틀어 흉악한 범죄집단,범죄소굴로 이미지화해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거기서 납치라는 국가범죄를 저지른 소수 지도부와 체제,그리고 기아에 시달리는 몇백만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 생각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외교협회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어 인도적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이런 인도적 발상은 아쉽게도 일본에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일본 언론인조차 자신들의 납치 보도행태가 “무섭다.”고할 정도이다.북한 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 조선인은 물론 재일 한국인조차 최근 일본인들 사이에 한반도 혐오증이 싹트기 시작했음이 느껴진다고 말한다.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marry01@
2002-12-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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