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계석/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심포지엄 - 역사교과서 퇴행적 애국주의 위험

오피니언 중계석/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심포지엄 - 역사교과서 퇴행적 애국주의 위험

입력 2002-11-19 00:00
수정 200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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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검정교과서가 한국과 관계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의 중·고생들이 사용하는 국정 및 검정교과서에도 퇴행적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표현이나 기술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일본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서중석 외)주최로 최근 성균관대에서 열린 ‘21세기 한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의 방향’주제 심포지엄에서 강창일 배제대 교수는 ‘대외관계의 서술에 나타난 퇴행적 애국주의’라는 주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강 교수는 “역사 서술은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며 “우열사관(優劣史觀)에 입각해 주변 민족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음은 주제 연구의 요지다.

혹자들은 역사교육의 목적을 ‘애국·애족심 혹은 민족정체성 함양’이라고 한다.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무엇이 애국·애족인가.’하는 본질 문제에 들어가면 성립될 수가 없는 논리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학교 국정교과서를 살펴 보면,적잖은 문제가 드러난다.우선 지나친 상무심(常武心)과 애국심의 고취 문제,정복사업과 대외침략의 미화 문제를 들 수 있다.우리가 일으킨 전쟁과 영토확장을 위업으로 서술하고 있다.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관도 문제다.중국 중심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인식하고 있으며 은연중 중국민족을 우등민족으로 묘사하고 있다.반면 북방민족과 왜를 열등민족으로 묘사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성적 역사의식도 눈에 띈다.무조건 ‘크고,오래 되고,많은 것’을 찬미하고 숭상하는 원초적 감각주의가 그것이다.그런가 하면 자주성을 과잉 평가해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반란)에 대해 “고려인의 자주의식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무책임한 역사인식도 드러난다.민족의 위대함만을 적시하고 있는데,개화정치나 의병투쟁·독립운동 전부를 성공한 것으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한 경우도 없지 않다.“임진왜란은 조선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일본에서는 정권이 바뀌었고,명도 전쟁으로 국력이 쇠약해져 결국 만주의여진족에게 중국의 지배권을 내주게 되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교 국정·검정교과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단일민족론과 봉건적 충효론을 지나치게 예찬해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이 과정에서 국가에 대한 충성,부모에 대한 효도가 중시되고….”라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민족주의에 입각한 역사서술도 지적할 수 있다.“민족주체성을 견지하되 밖으로는 외부세계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개방적 민족주의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역사 서술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지나친 자주성의 강조는 식민사관의 타율성론이나 사대주의론 혹은 중국중심적 사관에 대한 강박적 과잉반응의 소산이라고 할 만하다.

우열사관에 입각하여 주변민족을 재단하는 경향도 문제다.중국민족은 우등민족,왜와 북방민족은 열등민족이라는 등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 민족의 주체적 역사 영위와 그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균형잡힌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전쟁이나 정복사업은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잘못된 사업이다.그런데 그것을 위업으로 미화한다면 그것은 전쟁을 부추기고 개인의 삶을 도외시하는 역사관이다.상무심도 어디까지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편법이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민족주의라는 것도 일정한 시대,특정 세력에 의해 주장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그럼에도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다.전체주의적인 애국주의가 작용한 결과다.

소수의 집필자나 관리자들의 역사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역사교과서가 국가의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리 심재억기자 jeshim@
2002-11-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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