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휴대폰 세트업체 ‘군웅할거’

[CEO칼럼] 휴대폰 세트업체 ‘군웅할거’

송문섭 기자 기자
입력 2002-11-04 00:00
수정 2002-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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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어느 날 아들 삼형제에게 싸리나무 회초리 네개씩을 구해 오도록 했다.아버지는 아들들에게 회초리 하나씩을 꺾어 보게 하였다.세 아들은 저마다 쉽게 꺾었다.그 다음 아버지는 남은 세개 회초리를 모아쥐고 꺾어 보도록 아들들에게 시켰다.가지는 잘 꺾어지지 않았다. “어떠냐,가지 셋을 한꺼번에 꺾으려니까 잘 안되지?”라며 아버지는 삼형제가 힘을 합쳐 살도록 유언을 하였다.

새삼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인용한 것은 당연한 진리가 필요할 때는 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업계를 보면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힘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분열되는 양상이다.대기업 문화에 싫증이 난 연구인력들이 너도 나도 벤처회사를 설립해 휴대전화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개발인력 이삼십명을 모으면 휴대전화를 개발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MF 외환위기 때 ‘당신의 경쟁상대는 누구입니까?’라며 개개인의 경쟁력을 일깨운 TV 광고가 새삼 떠오르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그러면 우리나라 휴대전화 세트업체(최종 완제품 생산업체)들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휴대전화 업계 세계 1위인 노키아의 연간 판매량이 1억 5000만개에 이르는데 반해 국내에는 이에 50분의1인 300만개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많다.또한 R&D(연구개발) 전문업체로 출발했던 벤처회사들도 한 두 모델만 경험하면 직접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예가 허다하다.

물론 작은 회사들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재빨리 대응하면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또 이것이 우리 휴대전화 산업의 일류화에 일조를 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트업체가 세계시장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마케팅이나 품질기준이 세계적인 수준이 되어야 한다.그뿐이 아니다.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지적재산권 소유자들의 거센 압력도 이겨내야 한다.특허 보유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작은 회사들로서는 이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또다른 면을 보자.중국 휴대전화시장에서 우리 업체끼리의 경쟁은 벌써 우려될 정도가 되었다.그동안 쉽게 구할 수 없었던한국 제품은 이젠 중국시장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게 되어 중국 업체들도 고만고만하지 않다.자유경쟁은 바람직하지만 국가적인 전략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기술 유출도 작은 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기술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지만 유출되는 속도와 유형은 우려할 만하다.중국업체들은 한국 휴대전화를 대량 구매하면서도 자립하기 위해 R&D 지사를 국내에 속속 설립하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이같은 우려는 무분별했던 벤처 열풍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벤처 형태가 유리한 업종이 있고 일정 규모가 필요한 업종도 있다.휴대전화 세트산업은 대표적인 후자에 속한다.다만 지난 몇년간의 특수상황으로 국내에서 이것이 가려져 있었던 것뿐이다.

오늘의 우리 세트산업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시간이 지나면서 가느다란 싸리나무 가지가 하나씩 꺾여나갈까 걱정이다.다수의 토종 싸리나무 가지가 한 묶음이 되어 외국산 굵은 가지와 맞설 수 있는 단위가 많이 생기면 좋겠는데 말이다.

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
2002-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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