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계석/ 전병재 연대교수 ‘공동체와 결사체’ 논문 요약-비판적 합리성의 ‘결사체’ 사회로

오피니언 중계석/ 전병재 연대교수 ‘공동체와 결사체’ 논문 요약-비판적 합리성의 ‘결사체’ 사회로

입력 2002-10-25 00:00
수정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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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당대의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보고,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수단을 공동체란 이름으로 제시한다.기독교적 도덕 공동체나 유토피아론,마르크스의 공산주의론 등이 그 예.하지만 이론적으로 공동체란,페르디난트 퇴니스가 주창하는 게마인샤프트처럼 자연적이고 정서적으로 결속된 집단을 뜻한다.공동체로 돌아가자고 할 때의 인위적인 공동체와 이러한 공동체의 개념 사이에는 괴리가 생기는 것.이에 주목해 공동체론을 다시 정립하고,새로운 형태의 결사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이 나왔다.공동체·이익사회의 이분법을 깨고 공동체·조직체·결사체의 삼분(三分) 모델에 입각,비판적 합리성이 중심이 되는 결사체가 사회의 핵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전병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한국이론사회학회의 기관지인 ‘사회와 이론’ 창간호에 발표한 논문 ‘공동체와 결사체’를 요약한다.

공동체를 말할 때 흔히 쓰는 이론은 퇴니스의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전자는 가족 같은 사적인 생활집단,후자는 회사로 대표되는 공적이고 수단합리적인 집단을 뜻한다.퇴니스는 인류 역사를 게마인샤프트에서 게젤샤프트로의 발전으로 본다.중세 봉건제는 게마인샤프트의 연장이고,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게젤샤프트적인 사회라는 것.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분석틀로는 이상사회론에 접근할 수 없다.기독교적 공동체나 플라톤·무어가 주장한 유토피아 등 보통 ‘공동체로 돌아가자.’고 할 때의 공동체는 가치지향적인 성격을 지닌다.옳은 삶을 강조하거나 제도적 장치에 의해 인위적으로 다스리는 이런 이념적 공동체는,가족처럼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지칭하는 퇴니스 식의 이분법적 공동체론과는 거리가 있다.

미래사회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위해 공동체·조직체·결사체의 삼분법 모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공동체는 개인이 숙명적으로 그 속에 태어나는 집단이다.조직체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결성한 집단이다.구성원들의 관계는 역할 관계고 주로 수단합리성에 의해 지배된다.가족이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라면 군대·회사는 후자에 속한다.

반면 결사체는 인위적으로 만들지만 비판적 합리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다르다.목적 그 자체의 타당성을 문제삼고 자발적 참여를 존중한다.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학습 집단이 대표적인 예.

그렇다면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위해 이 삼분법 모델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우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로 보고 논의를 시작할까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생존적 조건이다.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하지만 현대사회는 물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적 가치를 이에 종속시켰다.가족과 이웃 공동체뿐 아니라 정치와 종교,문화와 교육 등도 경제논리에 편입시켰다.특히 세계화 과정에서 초국적 기업들은 자본의 논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이러한 비인간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론이 거론되지만,인류 역사에서 공동체가 위주가 되는 사회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뿐만 아니라 중동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동체는 배타성과 복고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미래는 결사체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인간 각자에게 선한 삶을 살 자유가 보장되려면,경제논리에 종속된 정치와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자기 자신과,자신의 연장선 상에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한 비판정신이 살아 있는 결사체의 강화만이 이 둘을 바로 서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대학은 경제적 가치에 압도돼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있다.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전공들은 전문학교로 편입시키고,대학에서는 진리와 자유를 지향하는 참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대 혁명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사체만이 한 사회를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놀이위주의 공동체,일 위주의 조직체도 조화롭게 공존해야 바람직한 사회라 할 수 있다.

정리 김소연기자 purple@
2002-10-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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