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사에 가을 비가 흩뿌렸다.농익은 가을 정취가 방문객의 마음을 적신다.비 갠 뒤 해거름의 단풍이 눈부시다.‘풍경화/아베 마리아/스피노자/이런 말들이 가까이 온다’는 피천득의 ‘고백’이 떠오른다.멀리 내려다 보이는 물기 머금은 들녘이 쓸쓸하다.허공을 휘감는 철새 떼가 한 해를 재촉하는것 같다.어둑어둑 하산 길에 만나는 사물들의 어슴푸레한 연결은 한 폭의 추상화다.
출근길 도심의 가로수에도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하지만 시골에서 만나는 고운 단풍이 아니다.잎 끝이 말라들어가는 것처럼,거칠게 변하고 있다.한해를 보내는 것이 힘에 겨워 몸살을 앓는 것 같다.그래서 도심 단풍이 시골보다 늦게 물드는 모양이다.지난 봄 서울 시내 한 터널 입구의 가로수에 매달려 있던 링거병이 떠오른다.
시내 버스가 갑자기 출렁거렸다.길가로 내려온 한 아주머니 때문에 급정거한 모양이다.은행 열매를 따기 위해 나뭇가지를 흔들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꽁무니를 감췄다.도심의 가로수는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있다.
최태환 논설위원
출근길 도심의 가로수에도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하지만 시골에서 만나는 고운 단풍이 아니다.잎 끝이 말라들어가는 것처럼,거칠게 변하고 있다.한해를 보내는 것이 힘에 겨워 몸살을 앓는 것 같다.그래서 도심 단풍이 시골보다 늦게 물드는 모양이다.지난 봄 서울 시내 한 터널 입구의 가로수에 매달려 있던 링거병이 떠오른다.
시내 버스가 갑자기 출렁거렸다.길가로 내려온 한 아주머니 때문에 급정거한 모양이다.은행 열매를 따기 위해 나뭇가지를 흔들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꽁무니를 감췄다.도심의 가로수는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있다.
최태환 논설위원
2002-10-23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